'독전2' 백감독 "작품에 대한 혹평, 아픈 기억으로 남을 영화" [인터뷰M]
2018년 개봉해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았던 영화 '독전'의 미드퀄인 '독전 2'를 만든 백감독을 만났다. '독전' 1편의 용산역과 노르웨이 사이의 중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독전 2'는 전편에서 다 채워지지 않았던 관객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채우는 서사로 '독전'의 세계관을 완성시켰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많은 악평이 쏟아졌고 그래서 리뷰를 다 살펴보지 않았다는 백감독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견인지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 아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국내 반응의 혹평을 먼저 느꼈던 터라 해외에서의 반응은 낯설다. 전작에서 보였던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에 대해 러닝타임이 길어지더라도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좀 더 친절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봤던 몇몇 글 중에서는 연기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도 봤는데 그것도 모두 연출의 문제라고 본다. 제게 이 작품은 아프게 남을 것 같다."며 작품 공개의 소감을 씁쓸하게 밝혔다.
백감독이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만약 서영락이 이선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한 줄의 질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글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호기심을 자아냈고 그렇게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미드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흥행을 했었고 인정받은 세계관이었기에 백감독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부담을 느꼈단다. 하지만 부담 때문에 도전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특이하고 다른 방법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고자 1편을 반복해서 들여다보며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만약 서영락이 이선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틈을 잡을 수 있을까?'라며 포인트를 고민했다며 '독전 2'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다 백감독이 캐치한 틈은 바로 노르웨이였단다. "1편을 보면서는 워낙 매끄럽게 끝났기 때문에 궁금증을 못 느꼈는데 이들이 왜 갑자기 노르웨이의 오두막에서 만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지더라. 그 부분을 틈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갔는데 1편에서의 진하림이 단순한 마약상이 아니라 이선생의 수하이고, 이선생을 사칭하는 사람을 찾아다니기 위해 마약상으로 위장한 것으로 설정한 걸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지 고민되었다. 저는 틈이라고 생각해 노린 부분을 오해하거나 왜곡됐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걱정되더라."라며 미드퀄을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1편의 등장인물이 100% 그대로 출연했다면 미드퀄의 설정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주요 인물이었던 서영락을 연기한 류준열이 출연하지 않았고 진하림을 연기한 김주혁은 지금 만날 수도 없는 배우였다. 캐스팅부터 난항이었을 프로젝트였다.
새 얼굴, 새 목소리를 서영락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기에 새로운 서영락을 캐스팅할 때 생각이 복잡했다는 백 감독은 "300대 1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사실은 천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다. 그중에 추리고 추려서 대면 오디션을 본 인원만 300명이었다. 서영락은 정서적으로 아픈 내면을 갖고 있었고 이걸 미드퀄에서는 드러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오승훈은 캐릭터의 정서와 매칭되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며 오승훈을 류준열이 채웠던 서영락이 자리에 세웠던 이유를 밝혔다.
1편에서는 냉소적이고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던 서영락이 2편에서는 이기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준다. 사실 '독전 2'는 서영락이 왜 이선생을 쫓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선생을 사칭하는 자를 찾아내 처단한다는 걸 알아낸 서양락이 은둔에 숨어있는 이선생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그들이 자기를 발견해 주길 바라며 일부러 이선생을 자처하고, 직접 마약도 제조하며 잔챙이가 아닌 거물로 보이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과정을 2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낸 것이라고.
관객들은 마약 제조를 하지 못하던 서영락이 왜 2편에서는 제조를 하냐며 세계관의 붕괴라고 했지만 서영락이 이선생을 쫓아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한다면 이런 백감독의 설정은 적절했던 걸로 보인다.
또한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의 10년 전 모습을 연기한 변요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처음에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몸이 비슷한 사람을 이용해 김주혁 얼굴을 보여줄까도 생각했었다. 그 계획이 불발되고 서영락때와 똑같이 진하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변요한이 승낙하면서 10년 전 진하림의 서사를 채워줬다."며 많은 고민 끝에 결국 변요한을 설득해 이선생 주변 인물들의 설정을 채워나갔음을 알렸다.
이번에 새롭게 투입된 캐릭터 큰 칼, 진하림은 모두 이선생이 거둬드린 수하였다고. 큰 칼이 먼저 합류했고 이선생이 직접 칼을 하사할 정도(그래서 큰 칼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는 거라고)로 총애를 받았지만 뒤늦게 합류한 진하림이 더 큰 업적을 쌓고 이선생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자 존재감에 위협을 느낀 큰 칼이 진하림을 제거하려 했단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진하림이 그런 큰 칼을 용서하자고 마음을 썼고, 그걸 계기로 완전 이선생의 눈 밖에 벗어난 큰 칼은 결국 영화 속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쓰레기 청소나 하는 인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런 설정이었던 큰 칼은 원래 덩치가 큰 남자 배우 역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정답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큰 칼을 여성 캐릭터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걸 한효주가 연기하면 어떨지를 떠올렸다는 백감독은 그녀가 허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한효주가 연기하는 큰 칼에 맞게 수정하며 한 달 반 정도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공들인 결과 한효주를 섭외할 수 있었단다.
한효주에 대한 백감독의 신뢰는 엄청났다. 전작인 '뷰티인사이드'에서도 함께 했던 경험을 통해 한효주가 어떻게 캐릭터에 몰입하는지의 과정을 목격했기에 그러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캐릭터를 흔쾌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백감독의 눈에는 '지나치게 예쁜 사람'이라는 한효주는 캐릭터의 정서나 감정을 빨리 알아듣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직의 오른팔로서 큰 가능성을 보여줬던 10대를 보내고 좌절한 성인으로의 돌변을 보여주기에 좋은 배우였다고. 외모가 너무 돋보여 큰 칼로 보일 수 있을까도 백감독이 했던 고민 중 하나였다지만 분장의 도움과 물을 입에 물기만 하고 뱉어낼 정도로 수분까지 조정하며 몸을 만들어 낸 노력을 통해 깜짝 놀랄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한효주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독전 2'를 연출하며 백감독이 신경 쓴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가 바로 큰 칼과 서영락의 현실적인 싸움이었다. 주먹대 주먹이 오가는 그 둘의 싸움은 합이 아닌 진짜 싸움으로 보이길 원했다고. 감독의 의도에 맞게 한효주, 오승훈은 액션 스쿨에서 합을 맞추는 게 아니라 때리는 연습, 맞는 연습을 주로 했다고 한다.
또 백감독이 신경 쓴 부분은 브라이언의 욕심과 목표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었단다. 비록 전편에서는 갑자기 나타나 용산역에서 육체적 대미지를 입지만 그가 과연 어떤 화력과 전문적인 규모의 조직을 움직이는 인물인지를 이번 편에서는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노르웨이의 눈과 대비되는 장소로 태국을 정하고 거기에서 큰 칼의 조직이 반격 한번 못하고 압도되는 그의 조직의 스케일을 엄청난 화력을 동원해 그려냈다고 한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실제 이선생을 찾아 서영락이 노르웨이로 먼저 가게 되는 걸 그려낸 백감독은 "모든 목적지에 다다르고 난 이후의 쓸쓸함과 허함을 마지막 감정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그렇다면 자기 목적을 달성한 서영락과 이선생을 잡고 싶었지만 그 사연을 다 알고 잡지 못한 원호가 마주했을 때 과연 어떨까? 그 장면을 보고 관객들도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가 목적한 것에 다다른 것 같다."며 엔딩 장면에서 담아낸 메시지를 설명했다.
영화의 엔딩크레디트를 포함, 영화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보인 장면 전환 효과는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감각이 드러났다. 공연의 커튼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는 백감독은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받으며 다시 한번 나와 인사해 주는 개념으로 최종 분장을 지우지 않은 채로 한번 더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이 작품을 출발할 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작품이라는 걸 알았기에 이런 방식을 택해봤다. 만약 극장용 작품이었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했을 것. OTT라는 플랫폼 성격을 고민해 선택한 접근법"이었다며 장면 연출의 이유를 밝혔다.
영화 공개 이후 쏟아진 리뷰, 글로벌 랭킹에 대해 백감독은 "긍정이건 부정이건 자 관심의 표현이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여기서 배울 것과 느껴야 할 것을 스스로 공부하고 고민하고 반성해서 다음 작품에 임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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