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황정민의 전두광, 분장보고 사실 부러웠다”[M+인터뷰①]
‘서울의 봄’ 정우성이 황정민과 상반된 매력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 출연한 정우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이다.
정우성은 극 중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 역을 맡았다. 제 본분에 충실한 군인으로, 반란군 전두광(황정민 분)에 맞서는 굳건하면서도 우직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 속 베드로 사냥을 계획하는 김정도 캐릭터와도 비슷한 지점을 가진 캐릭터이다. 그러나 정우성은 두 캐릭터를 각기 다르게 해석해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기시감은 줄이는데도 성공했다.
아울러 황정민이 전두광을 불같이 표현했다면, 정우성은 이태신을 물과 같이 표현했다. 분노 역시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처럼 표현해 서로 다른 온도 차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정우성은 이태신 사령관을 단단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미를 더해 극을 보는 내내 더욱 응원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인생 캐릭터’라는 반응까지 쏟아지며 찰떡 같은 캐릭터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까지 했다.
A. 전혀 안닮았다. (웃음) 한 자세를 이태신에게 넣고 싶으셨던 것 같다. 하기로 하고 보내주신 영상들이 UN 친선대사 활동을 하면서 뉴스에서 인터뷰한 모습들이다. ‘이게 이태신이야’ 그러는데 ‘무슨 말씀하시는 거야. 지금’ 싶었다.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이 모습에서 이런 자세를 원해’라는 말을 안 하셨다. 내가 찾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말씀하신 부분이 이제 인터뷰에 임한 자세였던 것 같다. 타자에게 타자의 이야기를 전할 때 조심스럽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자세를 이 사태에 임하는 이태신의 자세로 갖다 쓰고 싶으셨던 것 같다.
Q. 제3자로 바라볼 때 이태신은 어떤 캐릭터인가.
A. 글을 처음에 읽었을 때는 감정에 충실한 인물만큼 열정적인 건 없다. 전두광은 감정에 충실하다. 그런데 이 감정이 사심이냐 공심이냐를 나눌 수 있는 게 그가 입은 군복이다. 여기에 이제 전두광의 딜레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표현하고 불같이 뿜어내겠구나’라는 생각을 이태신에게 하기에는 ‘어떻게 감당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태신이 비현실적인 현실주의자라고 하는 반응은, 본분을 지키려는 건 바람직하고 맞는 거다. 그게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어야 하고. ‘그거 너무 영웅적인 행위 아니야?’라고 하면 ’이태신 이름 앞에 뭐라고 써 있는지를 봐라’가 이태신이 하는 말이다. ‘내 직업이 이거고, 이건 공직이고. 그거에 충실할거야’. 그거에 대한 어떤 정당성을 묻는 것 같다.
Q. 정우성의 짜릿한 얼굴로 이태신을 연기하며 정의로움을 보여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A. ‘정의롭다. 아니다’로 접근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님이 ‘아수라’ 때부터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하시더라. 인간 본성을 다루시려고 한 것 같다. ‘내 안에는 얘도 있고 얘도 있고 얘도 있다. 얘만 있는 게 아니고, 쟤라서 저런 성격을 띄지 않아’. 내 안에 모든 군상들이 다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아를 끄집어내서 하는 것인지의 차이다. 그런 관점으로 영화를 찍으시더라. ‘서울의 봄’이 그런 것에 대한 결정판이더라. 감독님이 이건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거지, ‘12·12사태’에 대한 정의와 선과 악의 대결을 보여주시려고 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인간 군상들에 집중하는 분들이 누구를 응원하는지에 대한 바람이 있지만, 그걸 강요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이태신을 연기하면서 ‘정의의 화신이야’라고 정의를 의식했다면, 앞으로 나아가서 이태신이 보이지 않았을 거다.
Q. ‘서울의 봄’이 ‘헌트’의 다음 영화라 고사를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인가.
A. 감독님이 방향성으로 나로 잡고 오실 때가 공교롭게 ‘헌트’ 촬영이 끝나고였다. 정도나 이태신이나 누구나 봐도 동일 인물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우리는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외피적인 어떤 대립 구도를 놓고 관객들이 보기 시작하면, 정말 이태신에 담고자 하는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로 보이는데 커다란 장애를 앞에 세우고 다가가는 거다. 그 우려를 말씀드린 거다. 성수형이랑은 밀당을 좀 해야 한다.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수 없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래요? 그럼 엎죠. 작품 엎겠습니다’라고 협박을 한 거다. (웃음)
Q. 대척점에 있는 황정민은 전두광은 불같은 캐릭터이다. 이태신을 연기할 때 어떤 감정으로 임했나.
A. 감정의 폭주를 하는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이성적이려고 했다. 감독님이 참고하라고 한 인터뷰 영상처럼 차분한 이태신의 감정을 그럴 수밖에 없는 거다. 전두광과 붙는 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두광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기회는 별로 없다. 일부러 전두광 패거리들 촬영하는 신에 찾아 가서 많이 봤다. 어떤 작품보다 상대의 연기를 많이 관찰한 것 같다. ‘저렇게 연기를 하니까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해야지’라는 전략적인 계산을 하려고 다룬 게 아니라 전두광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막연히 궁금했고, 전두광을 내 눈 앞에 품고 멀리 거리를 두고 전화 선 너머의 대립을 내 속에 품고 대하려고 했던 것 같다.
Q. 황정민의 파격 변신이 화제다. 변화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A. ‘이렇게 어울린다고?’ 분장을 넘어서는 캐릭터가 뿜어져 나왔다. ‘이걸 어떻게 감당하지? 이 기운을’. 사실 부러웠다. 이태신도 흰머리를 붙이고 칠하고 했지만 분장과 의상이 주는 기운이 있다. 그 의상을 입었을 때 이 사람이라고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커다란 장치인데, 그걸 딱 보는 순간 ‘발가벗겨져 있구나. 이걸 어떻게 감당하지? 어떻게 싸우지?’. 그러면서 더 현장에 가서 보려고 했던 것 같다.
Q. ‘아수라’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와 ‘서울의 봄’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을 모두 경험했다. 둘 다 악인 캐릭터였다. 두 캐릭터의 차이를 비교해보자면?
A. 박성배는 설득력 없는 자기 주장을 하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었고, 전두광은 더 무서운 게 설득력이 있다. 설득력이 있는 감정의 폭발이다. 둘 다 감정적인데 둘 다 자기 개인감정에 충실한데, 전두광은 설득력까지 가지니까 더 무서운 사람이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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