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사회의 연대·통합 대변…숫자가 아닌 사회 전체를 봐야"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3년 간 코로나로 숨진 이들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더 많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과거 자살로 악명 높았던 일본은 국가가 직접 자살을 막기 위해 나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자신에게 가하는 최악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뭘까.
한지아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서도 자살 문제를 사회통합의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살 위기극복 특위(이하 특위)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통합위가 올해 발족한 첫 특위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있었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자살' 문제를 다룬 건 처음이다. 그만큼 자살문제 해결에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개입했단 의미다. 특위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의 활동을 끝냈지만 한 위원장은 각 부처의 후속작업을 지원하느라 여념이 없다.
13인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특위는 실질적 해결책에 중점을 둔 결과 반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8개 정도로 나뉘어 있던 자살 관련 상담 전화번호를 내년 1월1일부터 '109'로 통합 운영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은 "몸을 돌보는 게 119라면 마음을 돌보는 건 109로 기억하게 쉽게 했다"며 "기억이 쉬우면 수요가 늘 것이기 때문에 응대율을 현재의 60%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상담사 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증액을 복지부가 예결위에 요구한 상태"라고 했다.
이밖에 특위는 영상물 등급분류 고려사항에 '자살'뿐 아니라 '자해'를 추가해 유해정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해 소관 부처가 검토 중이다. 자살예방교육을 학교와 직장에서 의무화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도 진행 중이다.
을지의대 교수인 한 위원장은 이같은 성과에 대해 "특위는 실무적 위원회였다. 그냥 모여서 회의하고 비판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 각 부처를 지원사격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살예방 정책 추진에서 대표적인 장애물이 협력"이라며 "특위는 각 부처, 유족 단체, 자살 관련 전문가, 종교계가 적극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 실질적인 정책제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살 예방을 위해선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한 위원장은 "리더십도 중요하다. 최상위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 힘을 받는 측면이 많았다"고 했다. 또 "통합위에 지역을 연계할 수 있는 17개의 지역협의회가 있어 의견을 듣고 반영해 맞춤형 정책제안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통합위는 올해 해결해야 할 핵심 사회적 주제로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선정했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연령표준화 인구 10만명당 24.1명, 2020년 기준)이 OECD 국가 1위인데 특히 청소년(0~17세) 자살률은 2017년(1.6명) 대비 2020년(2.5명) 56%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41.7명) 역시 OECD 1위다. 30~50대 자살 원인 1위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통합위가 자살 문제에 서둘러 메스를 들이댄 이유다.
한 위원장은 자살예방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부의 의지에 대한 신뢰, 사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정부도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란 인식을 정확히 갖고 있고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 부처도 저희가 내는 정책제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빠르게 대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자살예방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인식이다. 자살자가 낙오자가 아니라 같이해야 할 국민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친구이자 가족이란 인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와 설득도 중요하다. 자살예방 예산과 인력 확충이 중요한데, 우리가 일본만큼 확 늘렸을 때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자살 문제에 접근한다는 건 자살률이라는 숫자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고 국가가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다"며 "그런 설득작업을 정부가 강조하면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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