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무서워" 가정폭력 피해 남성 느는데… '남성쉼터' 필요성 대두

"남성피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뿐"
시대가 바뀌는 만큼 "남녀 성평등 다시 생각해봐야"

ⓒ News1 DB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2년 전 결혼 1년 차에 접어든 한 남성(34)이 북울산가족상담소를 찾았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아내의 폭력' 때문에 숨쉬기가 죽을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아내가 어릴 적 가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어릴 적 가정폭력의 영향으로 화나는 상황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성은 어리고 소중한 자녀를 위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해답을 찾으러 해당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 결과 아내의 폭력적인 행동교정을 위해 아내와의 동반상담을 권유했으나, 이후 남성은 센터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약 2년간의 아내의 폭력적인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고, 그는 가정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혼을 결정했다며 이혼소송을 위한 상담 내역을 뽑아 달라고 올해 11월 다시 센터를 찾아야 했다.

또 다른 남성은 아내의 '의부증'으로 상담소를 찾았다. 아내는 "회사의 여자가 몇명이냐","퇴근한 지 1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 집을 안오냐" 등 사소한 모든 것을 의심했다. 이 남성은 이런 아내의 의심에 지쳐 결국 별거를 하며 주말부부를 택했다.

올해 북울산가족상담소의 3년간 가정폭력 피해자 상담 건수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2021년 375건, 2022년 381건, 2023년 500건에 달했다. 반면 남성 피해자는 2023년 148건, 2022년 83건, 2023년 164건으로 3년간 평균 167건으로 집계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8~11월 전국 19세 이상 여성 5975명, 남성 3087명 등 총 9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피해자 중 10명 중 9명 이상이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여성 위주의 상담과 지원을 연계하는 센터지만, 남성 피해자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센터를 방문하는 이유는 칼로 상대를 위협하고 물건을 던지고 때리는 폭력행위부터 의처증·의부증, 외도, 알코올중독, 성격차이로 제각각이다.

북울산가족상담 소장은 "대체로 50,60대의 경우 여성 피해자가 많지만, 40대는 쌍방폭력인 경우가 많고 30대에는 적지 않게 남성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의 사상과 교육의 영향이 컸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성평등, 양성평등의 교육을 받고 자라 온 젊은 세대의 부부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마찰이 증가하고, 여성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에서 여성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상담을 원한다면 가정폭력상담소 상담 연계와 법적 상담 연계를, 분리를 원한다면 임시쉼터와 1366쉼터와 피해여성 주거지원 사업을 통한 거주지 이동(울산 지역 현재 28호 가구)이 가능하지만, 남성 피해자의 경우 상담소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상담과 교육프로그램뿐이다.

남성 피해자를 위한 임시숙소는 없다.

소장은 "현재 인식 전환의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며 "시대가 바뀌고 있는 만큼 남성과 여성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똑같이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정폭력에 있어서 남성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남성 피해자를 위한 쉼터 혹은 상담소 등 지원체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오은영의 상담소 등 다양한 상담방송이 널리 알려지면서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의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부부사이의 갈등은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상담을 통해 서로를 되돌아 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가정폭력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상담을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가정폭력과 관련한 사업 대부분이 여성가족부에서 국비사업을 매칭해 추진하다 보니 남성 피해자 위주의 쉼터나 지원이 부족하다"며 "현재까지 울산시에 남성 피해자와 관련한 요청이 없는 상태이나, 요청이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