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北외무성까지 나서서 띄운 대운하 사업…내년 첫 삽 뜨나

장용훈 2023. 1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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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가로지르는 물류 절대 필요…대형 국책사업으로 김정은 지도자상 제고
북한 함남 금야군에 100여리 자연흐름식 물길공사 완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함경남도에서 100여리의 금야군 자연흐름식물길공사 완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완공된 물길공사는 금야강을 수원으로 하며 금야군내 10여개 농장 4,000여정보에 달하는 논과 밭에 관개용수를 보장해주는 자연흐름식관개체계이다. 2022.6.1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북한의 대외교섭을 전담하는 외무성이 대운하 건설사업을 선전하고 나서 주목된다.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올린 '조국번영의 휘황한 설계도-대운하 건설' 제목의 글에서 "조선의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은 방대하고도 가슴 벅찬 대자연 개조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0여년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현명한 영도의 손길 아래 우리의 꿈과 이상이 착실하게, 확실하게 실현되어 나가는 격동적인 현실을 직접 체감한 우리 인민은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도 반드시 빛나는 현실로 될 것이라는 것을 굳게 확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운하 건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지난해 지시된 사업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회의에서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사업들에 대한 과학적인 타산과 정확한 추진계획을 세우며 일단 시작한 다음에는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월에는 동서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70년 전의 위대한 수령님의 꿈을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일성 주석은 1952년 4월 평안남도 순천군에 있던 김일성종합대학을 찾아 "대동강과 예성강 상류를 운하로 연결한다면 이 일대의 운수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대운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대동강 상류와 용흥강(현 금야강) 상류 사이 또는 임진강 상류와 덕지강 상류 사이에 운하를 건설해 동서해의 배들이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한다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매우 큰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를 이어가며 대운하 건설에 집착하는 것은 태백산맥, 낭림산맥 등 북한의 험준한 지형과 낙후한 철로, 도로 사정 때문에 육로를 통한 동·서 지역간 물류 운송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난제를 해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동부지역의 화학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농번기에 서부 곡창지대로 운송하거나, 서해지역에서 생산한 소금을 동부 지역으로 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국 해상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동해나 서해 공해를 통해 돌아서 올라가야 하는 실정이다. 북한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장관급회담이나 군사 당국간 회담에서 제주해협 통과를 제기한 것도 이런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남북은 2005년 해운합의서를 체결하고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항로 이용을 허용했으나,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협 통항을 불허했다. 북한으로서는 동서를 오가는 물류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앞서 북한은 1981년 남포갑문 공사에 착수하는 등 남포와 동해 함흥 부근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경제난 등으로 미림, 봉화, 성천, 순천 등 서해 쪽 갑문 5곳을 완성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 완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황해남도의 물길(수로) 건설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촬영해 보도했다. 2020.5.23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대운하 건설에는 큰 비용과 적잖은 노동력이 필요한 만큼 북한은 다각적인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건설 부문에서 김정은 체제 들어 진행되던 주택건설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에선 올해 평양 시내에 1만가구 이상, 지방에 약 2만가구 정도의 주택이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꾸준히 주택건설을 펼쳐온터라 이제는 새로운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20∼30% 정도에 그치고 있어, 젊고 건강한 유휴노동력을 활용하려면 여전히 건설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잇단 미사일 개발과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기세가 오른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대형 국책사업을 통해 주민들을 결집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꿈'을 실현해 가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해 김 위원장의 이미지 만들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대운하 사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최근 급격히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건설장비 지원 등을 받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물류 전문가인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은 "북한은 동·서해 해군 이동과 대규모 물동량 운송을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지도자로서 국토 관련 그랜드 비전이 없는 실정이라 비전이 있는 정책 제시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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