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vs 개발… 경기도 문화재보호구역 ‘딜레마’ [로컬이슈]
문화재청, 개선안 발표했지만
‘보존 환경 훼손’ 우려 목소리
지난해 정부가 전국 국가지정문화재 주변에 설정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범위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여전히 문화재를 둘러싼 주민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문화재청, 경기도 등에 따르면 무형문화재를 제외한 경기도 내 문화재는 국보 13건, 보물 197건, 국가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94건, 경기도유형문화재 343건, 시도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18건 등 총 1천182건이다.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문화재를 보호하고자 역사문화 환경보존지역 범위가 설정돼 있다. 범위는 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500m 내에서 시도지사가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이를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도는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 상 국가지정문화재는 주거·상업·공업 지역으로부터 200m, 그외 구역에서는 500m까지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도지정문화재의 경우 녹지·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 지역은 300m, 주거·상업·공업 지역의 경우 200m 이내로 설정돼 있다.
건물 최대 높이 32m(10층)까지로 제한하며 그 이상일 경우 경기도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 같은 규제로 문화재와 인근 주민의 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다. 일례로 화성시 안녕동 소재 경기도기념물 만년제는 주변 300m까지 보존지역으로 설정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20여년간 건축행위 제한 등 재산권 침해 피해를 겪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성시는 주민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고자 고도 제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도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 기준 조정안’ 추진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계획이라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도 지난해 11월 열린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보존지역 규제 완화 구상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막고 지역마다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이 방안은 문화재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 개선이라는 취지와 반대로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문화재 보존 환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국 곳곳에서 개발과 보존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규제 개선이란 명목으로 개발론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제언 “개발권양도제와 같은 정책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문화재를 보호하면서 주민 재산침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방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박환 경기도문화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와 주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현실적 관점으로 볼 때 정부가 피해를 본 주민에게 그에 마땅한 보상을 지급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하면 주민들이 더 이상 문화재를 애물단지로 보지 않게 될 것이며 상호 간 적극적인 협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지소유권에서 개발권을 분리한 개발권양도제와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화재 관련 규제로 개발이 제한된 토지의 용적율 등 개발권을 매매하거나 다른 토지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도입하며 주민들은 장래 기대이익에 대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문화재를 랜드마크화하는 개발은 주민과 문화재 모두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지만 재산권 침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1965년 랜드마크보전법을 제정해 개발권앙도제를 도입한 미국 뉴욕시처럼 보존과 개발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도 “문화재 인근 지역은 건물 높이나 용도 제한으로 사유재산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발 권리를 이양하고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공항 인근 주민을 위한 지원사업은 다양한데 문화재 인근 주민을 위한 세금 감면과 현물 보상 등 현실에 맞는 보상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재 갈등 발생 시 지속적인 대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치를 둘러싼 갈등인 문화재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종류의 갈등이므로 정부·지자체가 주민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좁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교수는 “갈등 관리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속적인 대화”라며 “지속적인 대화가 선결되지 않으면 인센티브 적용을 도입하더라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가 있는 지역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서로 합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의견을 좁혀나가야지 이해관계를 맞추는 방식으론 문화재 문제는 갈등 해결이 어렵다”며 “이 과정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의 인식을 바꾸거나 비전을 공유해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로컬이슈팀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김도균기자 dok5@kyeonggi.com
안치호 기자 clgh1063@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한민국 빅 리더 3명…“본인과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휘청”
-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명태균, "거짓의 산, 하나씩 무너질 것"
- 뉴스위크 표지 장식한 윤 대통령..."北, 핵 공격하면 즉각 핵 타격"
- ‘다연발포’ 수원 현대건설, 파죽의 5연승 질주
- 경기일보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연속 보도, 지역신문 컨퍼런스 ‘금상’ 영예
- 남양주시 사우디 타이프시 첫 방문 교류…보건·경제·농업 MOU 체결
- 검찰, '여친 살해 의대생'에 사형 구형…"극형 불가피"
- '김건희 특검법', 야당 주도로 법사위 통과
- “평택시가 신여객터미널 입주방해’…평택항 소무역상 시장실 항의방문
- 한동훈 “이재명 대표 본인 범죄 혐의에 총 동원령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