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둘러싸인 보물단지… 주민들엔 ‘애물단지’ [로컬이슈]
재산권 침해·인허가 제한 등 피해 “문화재와 주민 공존 방안 모색을”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문화재 보존과 보호를 위한 규제 정책이 지역주민의 재산권과 충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문화재로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주민들이 문화재를 애물단지나 골칫덩어리로 여기고 있다. 이에 문화재를 보호하면서도 주민의 사유재산 침해를 최소화하는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70년대부터 집도 마음대로 짓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파트에 둘러싸여 마을이 고립됐습니다.”
24일 평택 소사동에 위치한 대동법시행기념비(이하 대동비) 일원. 평택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조선시대 삼남대로의 원형을 간직한 곳이지만 인접한 소사2~3지구가 개발되면서 이곳은 아파트에 둘러싸였다.
반면 120여가구가 위치한 대동비 인근 소사12통과 15통 마을은 덩그러니 섬처럼 남겨졌다. 1973년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이후 문화재법에 따른 규제로 개발에서 빗겨나간 탓이다. 경기도문화재인 대동비를 찾아가는 길 역시 구불구불한 외길을 따라 마을로 진입해야 한다.
주민들은 문화재 지정 이후 집이 허물어져도 신축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하며 대동비 이전 등을 요구해 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역 내 비지정문화재가 훼손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대동비 인근에 있던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소사동 미륵’을 토지주가 임의로 평택 내 다른 사찰로 옮겨버린 것이다. 혹여나 미륵불이 문화재로 지정돼 재산권을 침해받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현재 시는 대동비 주변을 공원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소사4지구’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이달 초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에 심사를 의뢰했다. 다만 단독주택용지가 밀집한 여건 상 타당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혜란 소사15통장(평택 소사동·66·여)은 “이미 수십년째 난개발이 이뤄졌다”며 “과거엔 대동비 이전을 요구하며 집회도 했지만 지금은 대동비 주변만 남기고 마을이 아파트에 둘러싸여 고립된 상황”이라며 “현재 시가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니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안양일번가에 자리 잡은 서이면사무소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은 1914년 4월1일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서이면사무소로 개소했다가 1917년 7월 6일 지금의 자리로 이전됐다.
서이면사무소는 지난 2001년 경기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됐으나 이후 주변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문화재 주변이 역사문화 환경보존지역으로 묶여 각종 인허가가 제한돼 주변 개발 시 건축물 고도 제한 등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대용 안양일번가 번영회 회장은 “이곳을 재개발해야 하는데 서이면사무소 때문에 못하고 있다”며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이전을 못 한다면 건축 제한 풀어주고 안양일번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바꿔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은 “문화재를 보존하되 주민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폭력적”이라며 “더욱이 근대기 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구도심 상가·주택가에 있는 경우가 많아 문화재를 보존하려면 주민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컬이슈팀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김도균기자 dok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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