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로켓 성장’의 비결은...‘강한승 리더십’ 주목[비즈니스 포커스]
쿠팡 실적 개선 진두지휘하며 연간 흑자 달성 눈앞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인사 칼바람’이다. 신세계그룹은 보통 10월에 단행했던 정기 임원 인사를 올해는 9월로 앞당겼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했다. 유통사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역대급 ‘물갈이 인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간 주력 계열사 대표를 바꾸지 않았던 현대백화점도 최근 백화점과 홈쇼핑의 대표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며 대대적인 쇄신을 꾀하고 나선 모습이다. 인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 역시 유통사업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에 ‘인사 폭풍’을 남의 일처럼 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쿠팡이다. 경쟁사들이 대거 ‘대표 물갈이’에 나섰지만 쿠팡의 선택은 여전히 변함없다. 강한승 대표에게 3년 더 회사의 경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쿠팡은 지난 11월 13일 강한승 대표이사를 재선임했다. 강 대표는 2020년 11월 쿠팡 대표에 선임됐다. 이번 재선임으로 최소 2026년 11월까지 쿠팡을 이끌게 됐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쿠팡의 성장을 진두지휘한 것이 이번 재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의 취임과 함께 ‘곧 망할 것’이라는 취급을 받던 쿠팡은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부상했다. 유통 경기 침체 속에서도 쿠팡을 지속 성장시킨 ‘강한승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다.
강 대표가 쿠팡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그의 지휘 아래 쿠팡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 늘어난 1146억원을 올렸다.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마트 등 경쟁업체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첫 연간 흑자 달성 유력
올해 쿠팡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연간흑자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만년 적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랜 기간 목표로 해왔던 ‘흑자기업’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의 지휘 아래 쿠팡은 전통 유통업체들의 뒤를 쫓던 ‘추격자’에서 이제는 이들의 도전을 받는 유통업계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사실 강 대표가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강 대표는 30년 가까이 법조인으로 살았다. 경력도 화려하다. 판사로 시작해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약했다.
특히 변호사 시절에는 수많은 혁신기업의 자문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며 명성을 떨쳤다. 쿠팡과의 인연도 변호사 시절 맺어졌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위협을 느낀 택배사들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형 택배사들과 소송전을 치르던 쿠팡은 당시 변호사였던 강 대표를 선임했다. 그리고 그의 활약으로 형사 고소에서 무혐의 처분,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그의 소통능력과 결단력 등을 눈여겨봤던 김범석 의장 등 쿠팡 경영진이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했다. 상장을 앞두고 시장 및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산업에 직접 몸담은 적도 없으며, 기업을 경영한 경험도 없는 법조인이 수장이 된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유통업계의 흐름이 워낙 빠르게 변하는 탓에 업계에 수십 년 몸담았던 CEO들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 대표 역시 쿠팡 CEO가 됐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우려들이 기우였음을 빠르게 증명해냈다. 매년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CEO들이 부지기수인 유통업계에서 ‘롱런’의 길을 가고 있는 CEO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진짜 시험대는 내년?
강 대표가 장수 CEO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주된 요인으로는 ‘겸손한 리더십’이 꼽힌다. 그는 내부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라는 정평이 자자하다. 일반적으로 법조계에서 잘나가는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여기는 착각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런 성향이 ‘들을 줄 아는 리더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와 처음 소통하는 직원들은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강 대표의 태도에 놀란다고 한다. 이런 그의 리더십은 직원 수 6만6000여 명의 쿠팡을 이끄는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적극적인 내부 소통에 기반해 강 대표는 쿠팡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강 대표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사례로 최첨단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적극적 투자 결정을 예로 들 수 있다.
강 대표 취임 이듬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그해 12억 달러(1조4374억원), 2022년 7억 달러(8716억원) 등 2조3000억원가량을 한국 물류센터 증설에 투자했다. 내부 직원들과 치열한 논의 끝에 흑자 달성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물류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황금 인맥’이 빛을 발했다. 강 대표가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뿐 아니라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에서 쌓아올린 네트워크가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나치게 성장에만 집착하던 쿠팡에 ‘상생’이라는 경영 철학을 도입한 것도 강 대표였다. 강 대표 취임 이후 쿠팡은 중소상공인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화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약 76%를 소상공인 제품으로 채웠다. 또 쿠팡은 소상공인의 거래대금 조기 지급, 대출 지원, 광고 마케팅비 지원 등으로 9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성장을 통한 상생이야말로 쿠팡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늘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물론 이 상생 노력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현재까지 쿠팡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강 대표의 진짜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는 내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마트와 롯데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신규 점포 출점 등 ‘본업 경쟁력’ 강화와 익일배송 서비스 역량을 키워 쿠팡의 로켓배송과 정면 승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을 잡고 온라인 식료품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강 대표가 어떤 전략을 앞세워 쿠팡의 지속 성장을 도모해나갈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