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경제학’ 선구자 “한국 젊은 여성들은 출산 파업 중”
“한국 남성은 가정 생활을 사치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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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무급이고 조건도 열악한 돌봄 노동, 그리고 가정 밖에서의 (사회활동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데 대한 반발로 일종의 출산 파업(birth strike)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돌봄 경제학’ 선구자로 꼽히는 낸시 폴브레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명예교수는 WEEKLY BIZ 서면 인터뷰에서 0.7명 수준까지 떨어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돌봄 노동에 경제적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데 대한 저항으로서 한국의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는 시각이다.
그는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장시간 노동이 요구되는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 살면서 가정 생활을 값비싼 사치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사회에서는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면 자녀가 가정 경제에 기여하고 노년에 부양도 받아 경제적 보상이 이뤄졌지만 현대 한국 남녀에게 결혼과 육아는 비용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폴브레 교수는 인류사에서 여성이 해온 무급 돌봄 노동 연구에 헌신한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이다. 1998년 과학·예술·사회 각 분야에서 ‘특별한 창의성’을 보인 인물에게 주는 맥아더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슴(2007)’,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2023)’ 같은 저서가 번역돼있다.
그가 연구한 돌봄 경제학에서는 이윤 창출이나 시장 경제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는 비(非)시장 노동에 주목한다. 사회에서 돌봄 노동에 대해 충분히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폴브레 교수는 “돌봄은 표준화 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며 “개개인에 맞는 전문성, 정서적 민감성, 도덕적 헌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1인당 생산량’이나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직접 측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좋은 돌봄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특성이 노동 시장에서는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폴브레 교수는 돌봄 노동을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려워도 돌봄 일자리에 대한 투자가 한국 수출의 주력인 자본 집약적 산업보다 고용에 더 큰 ‘승수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좋은 돌봄 인력이 누군가를 잘 돌보면 그 사람도 다른 사람을 잘 돌볼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러한 돌봄의 선순환이 인적 역량을 개발하고 그 사회의 신뢰 수준을 높이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는다는 뜻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에서는 고용이 크게 늘었지만 성장률은 정체되는 이상 현상이 있었다. 한국은행은 노인 돌봄이나 간병 등 공공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령·여성 취업이 늘어 부가가치 창출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폴브레 교수는 “가정 내 무급 돌봄을 하던 여성과 노인이 국내총생산(GDP) 측정에 포함되는 유급 일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경제 성장을 증가시킨다”며 “한국의 낮은 성장률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타격을 입은 수출에 있다”고 했다. 또 “애초에 성장을 측정하는 데 한국의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는 무급 노동은 집계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서울에는 정부 인증을 받은 기관이 고용한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100명이 들어온다. 이들은 20~40대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으로 출퇴근한다. 이 정책 역시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폴브레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이 유료 돌봄 서비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대졸 여성의 무급 돌봄 부담을 줄였을지라도 전체 출산율을 높이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그들의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드물고, 그들 역시 결국 자녀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도우미는)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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