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난리가 없어" 무한 빗자루질…젊음의 거리, 꽁초와의 전쟁중[르포]
"여긴 거대한 쓰레기장이에요."
지난 17일 오전 6시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이른 아침부터 새벽 작업에 나선 환경공무관(옛 환경미화원) 서모씨는 아수라장이 된 골목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거리 바닥엔 일회용품 컵, 담뱃갑, 생수병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유흥업소 전단지는 구정물에 젖어있었고 고장 난 비닐우산도 곳곳마다 버려져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건 담배꽁초였다. 가게 앞, 건물 뒤편, 골목길 사이 사이마다 담배꽁초들이 수십 개씩 모여있었다. 일부 상점 앞에는 빨간색 재떨이 통도 있었지만 실제 이용한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했다. 통 안에는 6개 남짓의 꽁초만 남아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바닥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이날 환경공무관들은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다가도 두세 걸음 가고 멈춰섰다. 아무리 쓸어 담아도 눈 앞에는 또 다른 담배꽁초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3시간 동안 청소 작업을 한 뒤 75ℓ 종량제 봉투 6봉지를 보여줬다. 그는 "여기 안에 있는 게 담배꽁초"라며 "매일 아침마다 작업하면 이 정도의 쓰레기가 나온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경공무관들이 매일 아침 담배꽁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 관철동 젊음의 거리는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모여 있어 저녁부터 새벽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건물과 건물 사이엔 좁은 골목길이 많아 술을 마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공무관들은 매일 오전 5~8시, 9~12시, 오후 1~3시까지 총 8시간 근무한다. 이들은 송풍기를 틀고 빗자루질을 하며 꽁초를 쓸어담았다. 그러자 뿌연 담뱃재와 먼지가 거리를 뒤덮었다. 대부분의 담배꽁초는 강력한 바람과 빗질에 움직였지만 이 중에는 꿈쩍도 않는 것들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바닥에 음식물을 흘리거나 침을 뱉어 끈적해진 탓이다.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들도 여기저기 휘날렸다.
환경공무관들은 고속 물총을 꺼내들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물총을 쏘니 숨어있던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삐죽 튀어나왔다. 청소 반장은 "이렇게 물을 내뿜으면 일하기 편해도 움푹 파인 바닥엔 물이 고여 시민들 통행이 불편해진다"며 "특히 하수구에 끼인 담배꽁초들이 물과 같이 빨려 들어가면 구멍이 막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엔 흡연부스나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진 않다. 좁은 상권이다 보니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도 어렵고 시와 자치구에서 무단투기를 근절하고자 거리의 쓰레기통을 줄인 탓이다. 일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담배꽁초 수거통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워낙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많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환경공무관은 최근 들어 책임 떠넘기기가 심해졌다고 했다. 구가 담당하지 않는 사유지나 건물 옆 공터도 담배꽁초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 그는 "민원을 미뤄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그냥 한다"며 "그러다보니 상인들이나 건물 관리자들, 이곳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우리가 쓰레기를 치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이나 업소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보급하고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29개인 담배꽁초 수거함을 52개까지 늘리고 1일 2회 이상 수거하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담배꽁초 수거함 청결기동반도 따로 운영해 현장 민원 발생시 즉시 조치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환경공무관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반장은 "간이 재떨이가 있으면 그곳에라도 잘 버려달라"며 "하수구에는 절대 버리지 말아달라. 시민들이 모두 함께 걷는 거리인 만큼 담배꽁초를 버릴 때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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