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철도연맹 “고속鐵 효과 요즘은 미국서도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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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철도연맹(UIC)은 내년에 지금의 고속철도와 자기부상열차, 하이퍼루프를 대대적으로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UIC에서 고속철도 분야를 총괄하는 미켈레 게슈왈디씨는 WEEKLY BIZ와 서면 인터뷰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각국이 자신들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철도 건설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자에게 조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현재 고속철도는 시속 250km 이상 주행 속도를 자랑하는 철도를 의미하는데, 상업 운전 중인 열차 중에서는 중국(시속 350km) 열차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러나 시속 400~600km 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나 시속 1000km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하이퍼루프 역시 ‘차세대 철도’로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자동차는 자율주행차가 개발 중이고, 항공기도 기후 변화 대응의 측면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수소 항공기가 개발 중”이라며 “철도가 미래 교통수단으로서 이들과 경쟁을 하려면 꾸준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UIC는 전 세계 철도 산업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다. 이탈리아 출신인 게슈왈디씨는 나폴리대에서 경제학과 교통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토목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 교통 시스템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UIC에서는 전 세계 고속철도 산업에 대해 분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래 철도 기술 자기부상철도·하이퍼루프
자기부상열차나 하이퍼루프는 지금 각국의 철로 위를 달리는 고속열차에 비해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속도가 더 빠르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각국 정책 결정자들은 현재 기술로 고속철도망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더 진보된 기술이 사용화된 다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은지 고민 중이다.
게슈왈디씨는 “자기부상열차의 개발은 속도 등의 측면에서 전통적인 열차 기술의 중요한 진화”라고 했다. 일본, 중국, 한국, 미국이 이러한 자기부상열차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독일이 자기부상열차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한발 물러나 일본의 기술 개발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 점”이라고 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관에서 탄환을 쏘듯 열차를 이동시켜서 시속 1000km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열차 시스템이다. 하이퍼루프가 도입된다면 매우 먼 거리도 단시간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기술이지만, 먼 미래에나 도입 가능한 기술도 아니다. 미국 연방철도국(FRA)도 2020년 7월과 2021년 1월 하이퍼루프 기술의 구현 가능성과 안전 규정 등에 대해 따져보는 자료를 발간하기도 했다.
◇”팬데믹도 고속철의 확장을 막지 못했다”
전 세계 고속철도의 길이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4만4000km에서 지난해 5만9000km까지 늘었다. 사람들의 발을 묶은 감염병 사태조차 고속철도 도입 움직임을 막지 못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고속철도 운행 수준을 2030년에는 지금의 두 배, 2050년에는 세 배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최근 고속철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고속철은 온실기체를 운행 중 배출하지 않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온실기체가 배출되기는 하겠지만, 비행기나 자동차보다는 적다. 장거리 이동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낮지만, 단거리 이동에서는 항공기보다 고속철도 이용이 편리할 수 있다.
게슈왈디씨는 “고속철로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200~600km 이동이라면 무조건 고속철이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라며 “전체 운행 시간이 6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는 철도는 항공 교통과 경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항공기와 달리 고속철은 각종 수속이나 보안검색이 간편한 편이다. 그는 “고속철은 이용 요금이 항공기보다 싸고, 자동차보다는 이동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속철도가 가장 잘 깔려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 철도 전체 길이는 15만5000km였는데 이 중 27%인 4만2000km가 고속철이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고속철도가 주목받은 교통수단이 아니다. 전체 연장이 735km에 불과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고속철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시아나 유럽보다는 걸음마 단계다.
게슈왈디씨는 “중국·유럽과 비교하면 미국은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며, 자동차 위주의 문화와 잘 깔린 고속도로망, 잘 구축된 국내선 항공 교통망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역시 고속철 발전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토지 취득 과정에서 법정 분쟁 가능성이 크고,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 역시 큰 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최근에는 미국 도시 간 접근성 개선, 경기 부양, 기후 변화 대응, 도로 정체 완화 같은 고속철 건설의 효과가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 고속철도망 구축도 각종 경제적 효과”
고속철의 증속 추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열차 속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비용은 속도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증속을 하면 운영 비용이나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기는 한다. 그러나 증속으로 이용자가 늘면 수익도 함께 증가하면서 상쇄되는 부분이 있고, 에너지 효율화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억제할 수 있다.
고속철도망 확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인프라 건설 과정에 늘 ‘재정 낭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고속철 건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게슈왈디씨는 “건설비 증가와 열차 운임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해도 고속철도 연장은 한국 교통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속철도망 확장은 단순히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짧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경제 성장의 촉진, 일자리 창출, 기존 교통망의 정체 해소 같은 효과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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