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배 가트너 어드바이저 “유망 직업 1위 프롬프트 엔지니어 아무도 예측 못해… AI 전체적인 맥락 이해해야 미래 대비 효과적”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업무에 보편화되면서 향후 몇 년간은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할 것입니다. 일자리 증감을 예측하려는 것은 결국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인데, 생각을 전환해야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산업군별로 쪼개서 일자리 증감을 논의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전체의 판을 보고 AI 투자 유형과 수요 정도를 구분해 전략을 짜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박동배 아시아태평양(APAC)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 있는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최근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AI를 활용한 기술에 얼마나 투자해야 하느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일자리, 나아가 경영진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어드바이저는 지난해 가트너에 합류했으며 CIO 리서치&어드바이저 분야에서 APAC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가트너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은 최초의 한국인이다.
박 어드바이저는 고객사들에게 최고정보책임자(CIO) 리더십, IT 적응(Adaptive IT) 전략, 조직 구조 및 운영 모델 혁신, 거버넌스, 인재 관리, 문화 및 일하는 방식(Ways of Working)의 변화 등과 관련해 가트너의 리서치, 사례분석 등의 정보를 토대로 자문하고 있다. 가트너에 합류하기 전에는 한화그룹, 딜로이트, E&Y 등을 거쳐 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MNC 사업부 어소시에이트 파트너, 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리드, 블루 욘더 지사장 등을 지냈다.
최근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 중 12%인 341만개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9월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5년 내 글로벌 일자리의 23%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업군별로 분석한 자료도 여럿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직업별로 AI에 노출되는 정도가 낮은 근로자의 비율을 직종별로 분석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직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교육(9%), 정보(8%), 금융(4%), 과학·기술(3%) 분야에서는 AI 노출도가 낮은 근로자의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박 어드바이저는 “이 같은 통계들도 유의미한 분석이지만 미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AI 투자의 유형과 AI 기술에 대한 수요 정도를 구분해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촘촘하게 분석하는 것이 투자 전략을 짜거나 직원 교육 등에 있어 미래에 대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AI 투자 유형을 ▲경계 내 투자(within boundaries) ▲경계 밖 투자(pushing boundaries) ▲경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투자(breaking boundaries) 크게 3가지로 나눴다. 박 어드바이저는 “현재 80%가량의 기업이 경계 내 투자(within boundaries)를 하고 있다”며 “업무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직원 개개인의 미래 경쟁력은 보장되지 않는다. 여기 포함되는 직업들은 대부분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경계 밖 투자(pushing boundaries), 경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투자(breaking boundaries) 영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직업과 역할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박 어드바이저는 전망했다. 예컨대 헬스케어 분야나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에서 이 같은 새로운 직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진료 예약 등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과정을 AI가 대체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을 ‘경계 내 투자’라고 한다면, 의사들이 내리는 진단 또는 처방에 있어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계를 뛰어넘는 투자’의 영역이다”라며 “헬스케어라는 하나의 산업군 안에서도 AI 투자를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에 따라 직업 전망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비즈니스 상황에 맞춰 미래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올해 전 세계 유망 직업 1위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인데, 챗GPT 붐이 일기 전이었던 작년에는 이 정도로 각광받지는 않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특정 직업의 흥망성쇠를 예상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게 미래에 대비하는 데 효과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박 어드바이저는 또 “AI가 보편화된다면 직원들 입장에서도 단순히 어떤 지식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요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년간 축적돼온 지식과 노하우에 대해서는 AI가 사람보다 완벽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업무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어떻게 엮어내서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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