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플·SK하이 짐 싼대" 中서 퍼지는 루머…韓기업 흔드는 속내는

오진영 기자 2023. 1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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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을 겨냥한 중국발 가짜뉴스가 쏟아진다.

우리 기업이 수차례 해명에 나섰지만 현지 업계·매체에서 팹(생산 시설) 철수설과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국내 업계는 적기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중국 생산시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가짜뉴스를 뿌려 한국 기업을 흔들려는 중국 업계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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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한국 기업을 겨냥한 중국발 가짜뉴스가 쏟아진다. 우리 기업이 수차례 해명에 나섰지만 현지 업계·매체에서 팹(생산 시설) 철수설과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인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거나, 패널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내 업계는 적기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중국 생산시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국내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있는 OEM(주문자위탁생산) 공장을 오는 4분기까지 철수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 매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조만간 해당 라인을 베트남 박닌성으로 이전하겠다고 내부 통보까지 마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톈진과 동관에 사업장을 마련하고 중소형 OLED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이 내용은 근거가 없는 루머다. 라인 이전도 결정된 바가 없고, 사업 철수나 축소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매체·업계의 철수 주장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며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뿌려 한국 기업을 흔들려는 중국 업계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SK하이닉스의 다롄 공장 철수설이 불거졌으며, 지난달에는 삼성전자가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확정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당시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도 직접 "(다롄 철수설을 주장한) 일부 외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문제는 헛소문에 가까운 가짜뉴스에도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관치에 가까운 언론 지형, 방대한 업계 규모 탓에 소문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관계자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나, 시장지위 확보를 위해 터무니없는 소문이 퍼지는 일은 중국에서 드물지 않다"라며 "워낙 숫자가 많고 정정 요구를 무시하기도 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업계가 가짜뉴스를 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부진한 실적이다. 중국 디스플레이·반도체 주요기업의 매출·영업이익이 급감하다 보니 경쟁자인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것이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나 줄었으며, 같은 기간 반도체 1위 SMIC의 영업이익도 60.9% 감소했다.

둘째는 현지 생산 시설을 탐내는 기업들 탓이다. 중국 현지 LCD 패널·반도체 업체들은 한국 기업의 설비를 매입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려는 시도가 많다. 특히 최근 주요 팹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급 설비를 가진 한국 팹을 노리는 기업이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초 70~80% 수준이었던 중국의 LCD 패널 팹 가동률이 오는 4분기 60%, 내년 1분기 5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적기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국내 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이징에 있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내수 침체로 부품·완성품의 국산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외국 기업을 겨냥한 가짜뉴스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조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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