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안은진의 '명작' 빅픽처 "길채 같은 친구? 감당하기 힘들죠"[★FULL인터뷰]
"나중에 길채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더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런 건 너무한 거 아녜요?'라고 했는데 작가님의 설계였죠. 그 부분을 좀 더 아이처럼, 남들이 보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게 표현하려고 했고, 감독님도 '이 상황에서 이 친구라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연기하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초반에 폼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길채가 연준도령을 오래 짝사랑했는데 이기적인 모습도 보여준 거죠. 길채는 전쟁이 그렇게 무서울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연준도령을 지켜달라'고 했고요."
배우 안은진이 '길쪽이'에서 '사극 로맨스 여신'으로 태어났다. 안은진이 분한 유길채는 MBC 금토드라마 '연인'(연출 김성용, 천수진, 극본 황진영) 초반에 그저 철없는 모습으로 여주인공임에도 비호감 이미지를 얻는 파격 행보로 작품을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황진영 작가의 큰 그림이었단 사실. 길채가 전쟁통을 겪고 성장하는 서사는 오히려 대비효과로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렇게 안은진은 첫 사극 성공작 '연인'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 '연인'은 지난 8월부터 파트1 10회, 파트2 10회에, 인기에 따른 추가 1회 연장으로 총 21회가 방송됐고 지난 18일 종영했다.
'연인'은 역사 고증 속 아련한 사극 로맨스를 밀도있게 집필한 황진영 작가, 웅장한 스케일과 섬세한 감성을 두루 연출한 김성용 감독, 뜨겁게 호연한 남궁민과 안은진 등 배우들의 합이 어우러져 '연인 폐인'을 만들며 12.9%의 최고 시청률을 거뒀고 동 시간대 전 채널 및 금토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연인'은 2023년 방영된 MBC 드라마 중 최고 성적은 물론, '웰메이드 사극'이란 호평을 얻었다.
안은진은 극중 극중 곱게 자란 양가 댁 애기씨 유길채 역을 맡았다. 안은진은 본래 앙큼새촘도도했지만 전쟁의 풍화를 겪고 점차 성숙해간 길채를 열연했다. 그는 과거 어떤 것에도 진심을 주지 않았지만 길채를 만난 후 헌신적으로 변모한 이장현(남궁민 분)과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줬다.
마지막회에서 길채는 장현이 국가의 역적으로 몰려 죽은 줄 알았지만, 바닷가에서 남연준(이학주 분) 일행에 쫓기며 피투성이가 됐던 장현은 기억상실이 된 채 아무도 모르는 산 속에 살고 있었다. 길채는 장현과 눈물의 재회를 하고 부부로 남은 생을 살아가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연인' 종영 소감은?
▶1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겨울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났다. 다시 겨울이 온 게 믿기지 않는다. 다 같이 1년을 가까이 했는데 아무런 사고 없이 마무리를 잘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너무 많이 정이 들어서 헤어지는 게 아쉽더라. 종방연 때 잘 마무리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저희끼리 '헛헛한 시간이 올 거다'라고 했다. '방두네' 권소현 언니가 연락 와서 마음을 나누고 끝났는데 좋은 인연을 나눈 것 같다.
-종방연은 어떻게 했나.
▶1차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2차에서 3차까지 갔는데 여는 데가 별로 없었다. 30~40명까지 다 남았다. 새벽 1시에 끝났을 땐 100명쯤 남았고, 3시쯤 끝난 것 같다. 아무도 운 사람은 없었다. 막촬하는 날에도 끝나면 서운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너무 행복하게 끝났다. 사람이 많으니 눈물 흘릴 일은 없이 회포 풀고 끝났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후련해하는 메이킹도 공개됐다.
▶제일 힘들었던 촬영 베스트5를 저희끼리 꼽아봤는데 문경산에서 방두네 언니 아이를 받는 신이 있었다. 조명 없이 너무 좁게 촬영했고 차가운 데에 있으니 너무 고생했다. 마지막에도 문경에서 찍어서 '끝날 때도 문경에서 끝내는구나' 싶었다. 이 추위와 함께 끝나는구나 싶은 기쁨이 있었다.
-엔딩은 어떻게 봤나.
▶저희끼리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보면서 너무 아름다웠고 감정이입을 하면서 찍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100점이라 생각한다. 다시 만나기까지 대본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수미상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능군리의 그 장면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장현이 기억상실을 두 번 겪은 건 선 넘은 거 아니냔 반응도 있었다.
▶처음에 그렇게 나왔기 때문에 나중에 그렇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름의 복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에 아팠던 게 있어서 나중에 장현을 찾아갈 때 좀 더 연결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촬영 당시에 눈이 와서 고생하진 않았나.
▶찍을 때 촬영 감독님과 '오히려 이게 더 판타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겠다'고 했고 나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긍정의 힘으로 촬영했다.
-남궁민과 촬영 끝나고 나눈 얘기는?
▶선배님이 '고생했다~'라고 했다. 선배님이 후시 녹음도 있어서 빨리 갔어야 했다. 빨리 헤어진 상황이었다.
-'연인' 촬영현장에서 실제로 아홉 커플이 탄생했단 얘기도 있었다.
▶'연인'의 연인이라고들 했다.(웃음)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커플이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 조금만 더 하면 저희가 이길 수 있었는데 싶었다. 전국을 1년 동안 돌아다니다 보니 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뿌듯하게 생각했다.
-초반에 길채 캐릭터는 어떻게 잡고 연기했나.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감독님, 작가님과 리딩을 많이 했다. 이 드라마가 길채의 성장기이다 보니 많이 바뀌고 시간도 많이 흘렀다. 나중에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더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런 건 너무한 거 아녜요?'라고 했는데 작가님의 설계였다. 그 부분을 좀 더 아이처럼, 남들이 보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게 표현하려고 했고, 감독님도 '이 상황에서 이 친구라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연기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초반에 폼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예를 들면 연준도령을 오래 짝사랑했는데 이기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길채는 전쟁이 그렇게 무서울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연준도령을 지켜달라'고 했다.
-사극을 길게 한 건 처음이었다.
▶'킹덤'도 해보고 했지만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한 건 처음이었다. (남궁민) 선배님이 '은진아 편안하게 시작하는 게 (사극톤이) 더 잘 붙을 것 같다'라고 해주셨다. 사극을 처음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생각하다가 선배님의 얘기를 듣고 하니 갈수록 사극톤이 붙을 수 있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심양에 끌려갔을 때, 속환될 때까지 등 길채의 파트마다 사실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고 상황을 따라가면서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연기했다. 포로시장에서 길채에 값을 매기는 연기는 연기를 하면서도 길채는 표출을 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은 좀 힘들었다.(웃음)
-길채가 능군리의 대부분의 남정네를 홀리는 여인으로 나왔다.
▶'에그머니'라는 말을 그때 많이 했다. 남자를 홀린다는 게, 어떤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길채는 한번도 자기가 못가진 게 없는 아이여서 늘 자신감에 찬 아이였다. 어떻게 보면 길채가 허술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감독님과 톤을 많이 잡으려 했다. 거울을 보면서 '내 기분이 원래 좋아졌는데 이제 왜 좋아지지 않는 거지?'라고 했는데 길채의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뒤에 확실히 어른이 되고 성숙해가는 과정이어서 철없는 부분이 잘 나오게 하고 싶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살이 야위어갔는데.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한양으로 돌아와서도 길채가 애기씨의 모습에서 완전히 성장한 건 아니라고 봤다. 길채가 방두네를 살린 건 길채의 성향이 발현된 것이고 길채가 변화한 건 장현이 떠난 후였다. 길채가 포로시장에 잡혀간 이야기부터 체중도 감량했다. 좀 더 푸석해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매일 구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선배님도, 종종이도 갈수록 그랬다. 포로시장에 간 게 힘들었다. 몸으로 하루종일 구르니 다음날 아침에 얼굴이 푸석해진 게 보였다.
-파트1 엔딩에서 장현과 재회했지만 이미 원무와 결혼한 상황을 보여줘 시청자에게 충격을 줬다.
▶길채가 장현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 바람 같은 사람과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을까 생각한 것 같다. 동생을 잘 보살피는 사람이기도 했고. 길채가 또 장현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0회 엔딩에서 소용돌이가 쳤다.
-길채가 워낙 철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 '길채야 그만해'라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길채야 결혼했니?'라고 묻더라. 나도 대본을 보면서 '그럴 수 있지' 생각했다가 10회가 나간 후 주변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설마 아닐거야'란 반응을 주더라. 친구랑 '넌 만약에 길채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라고 얘기했는데, 친구들은 안정적으로 사는 것에 이해를 하더라. 장현 선배님의 얼굴이 그런 줄 방송을 보고 알아서 마음이 아팠다.
-길채 같은 친구가 주변에 있으면 어떨 것 같나.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초반엔 은애 같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엔 '왜 살아있는데 연락을 안 했어?'라고 친구에게 물었을 것 같다.
-장현은 길채에게 계속 직진했다. 가장 설렜던 장면은?
▶길채가 느끼기엔 장현이 늘 훌쩍 떠났던 사내였다. 심양 떠나는 길에 장현에게 '내 꿈에 나온 게 당신인 것 같은데'라고 돌려서 말하는데, 그때부터 장현의 직진의 마음을 길채가 안 것 같다. 장현 선배가 '너무 밉군'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훅 왔던 것 같다. 파트2 대본을 보면서 심양에 돌아온 후 장현이 '안아줘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또 와닿았다. 선배님도 '대사가 가진 힘이 있어서 좋을 거다'라고 했다. 찍을 때도 스태프들과 선배님과 모두의 집중력이 하나가 돼서 빠르게 찍었다. 길채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에 대해 위로를 받았을 텐데 시청자들도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참 마음에 울림이 되는 대사였다.
-남궁민과 많은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극 로맨스 케미스트리가 잘 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선배님은 역시 연기로 이해시키는 분이셨다. 초반에 장현은 늘 어른스럽고 길채는 아이 같아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셨을 것 같다. 하지만 저희는 나중에 더 좋은 케미로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선배님과 멜로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길채를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엽게 봐주시는지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연인'에 너무 빠져서 봤다는 거다. 저희는 지방촬영을 다니느라 우리 작품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울고 웃는단 말을 해주셔서 체감하게 됐다. 많은 연령층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끝까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연말 수상도 기대하는지.
▶종방연을 할 때 홍타이치 선배님이 '길채가 울 때마다 달랐던 것 같다'고 해주셨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눈물 등 상황마다 달랐다. 일단 내일 가는 시상식에 저희 작품이 상을 받게 돼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남궁민과 베스트 커플상도 기대하는지.
▶베스트 커플상은 참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캐릭터의 합도 그렇지만 연기적으로도 그렇다는 것 같아서 욕심이 난다. 당연히 원하고 있다.
-남궁민과 연기 호흡은 어땠다고 생각하나.
▶중반부터는 어떤 상의를 하지 않고도 찍을 수 있는 신이 많았다. 세트 안에 누워서 찍을 땐 선배님이 모든 걸 한번에 찍고 오랜기간 캐릭터를 만나고 있어서 훅 찍을 수 있었다. '척하면 척이네'라고 생각했다.
-장현과 길채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에 쉽게 연통을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금방 마음을 확인할 수 없었고 더 애가 탔던 것 같다. 지금은 바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그 시대엔 그럴 수 없어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져서 이 커플을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다.
-이번 연기대상에서 남궁민의 대상을 많이들 예측한다.
▶선배님만의 아이디어가 늘 있으시다. '은진아 이거 어때?'라고 말한 게 나중에 깨달아질 때가 있는데 '역시 선배님은 선배님이시다'라고 생각했다. 제가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선배님이 굉장히 통찰력있게 '앞으로 대본을 이렇게 보면서 연기하면 될 것 같아'라며 얘기해 주신다. 파트너로서는 선배님이 너무 단단하셔서 내가 흔들려도 굉장히 편안하게,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었다.
-'연인'은 안은진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연인'은 뭐 하나 쉬운 신이 없었고 쉬운 상황이 없었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너무 기쁠 때도 있었고 많이 울었던 작품이었다. 행복함으로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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