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장님, 30대 파산남…결국은 케첩으로 세계 정복한 이 남자 [추동훈의 흥부전]
오무라이스, 감자튀김, 계란 프라이, 가래떡, 소시지. 생각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위의 음식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케첩과 환상궁합을 자랑하는 대표 음식이란 점입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소스인 케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퀴즈. 케첩이란 단어의 어원은 어느나라로부터 유래했을까요? 대부분 패스트푸드의 본고장 미국을 떠올리거나 유럽 등을 생각하실 텐데요.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케첩은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에서 생선과 조개 등을 졸여서 만든 피시 소스에서 케첩이 시작했는데요. 다른 재료들이 추가되고 변형되면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뻗어나간 것입니다. 케첩이란 단어 역시 생선으로 만든 소스를 뜻하는 중국의 푸첸성 지역 단어인 ‘꿰짭’이 서양식으로 변형되면서 케첩(Ketchup)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토마토를 주원료로 하는 빨간색의 토마토 케첩 자체는 미국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토마토 케첩의 대명사, 바로 하인즈 케첩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하인즈는 1844년 10월 미국 펜실베니아 주 버밍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벽돌 제조업에 종사했고 어머니는 텃밭을 가꾸고 여기서 난 수확물을 내다 팔았습니다. 하인즈는 어릴 적부터 떡잎이 남다른 아이였습니다. 어머니를 도와 함께 가꾸고 키운 채소 등을 식료품에 내다 팔며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10대때 이러한 농작물 판매로 제법 돈을 만졌으며 20대의 이른 나이에 직접 가게를 차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1869년, 25살의 나이에 그는 친구 클라렌스 노블과 함께 ‘하인즈 앤 노블 컴퍼니’를 창업하며 본격적인 장사꾼의 길을 택합니다.
이런 저런 연구 개발에 몰두한 하인즈가 주목한 재료가 바로, 오늘의 하인즈를 있게 한 토마토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케첩은 버섯이나 복숭아 등으로 만든 고급 소스로 취급했습니다. 하인즈는 잘 자리고 쉽게 키울 수 있는 토마토를 이용한 케첩을 만들기로 계획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특기인 제품화에 나서며 맛을 균질하게 하면서 부패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하인즈 표 토마토케첩을 만들어냅니다. 재창업에 나섰던 1876년 곧바로 출시된 토마토케첩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특히 제품에 자신 있었던 하인즈는 타 경쟁사와 다르게 투명한 8각 유리병에 담은 하인즈 토마토케첩을 담았고, 이 제품은 금방 인기를 모으며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하인즈는 1888년 동생과 사촌 동생 등 가족들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회사를 장악했습니다. 이어 숫자 마케팅을 통해 다시 한번 대중에 하인즈를 각인시킵니다. 바로 자신이 꼽은 행운의 숫자 5와 아내가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 7을 조합한 57 마케팅입니다. 하인즈는 회사의 슬로건으로 ‘57가지 상품’을 로고에 내세우며 하인즈의 다양한 제품군을 홍보했습니다. 사실 60종이 넘는 제품군이 있었지만 하인즈는 철저히 57이란 숫자를 강조하며 57하면 하인즈가 생각나도록 유도했습니다.
부침이 있었지만 하인즈는 여전히 전 세계 토마토 케첩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 선도기업입니다. 물론 지금은 케첩 뿐 아니라 100여가지가 넘는 브랜드를 보유하며 글로벌 식료품 회사로 성장했지만 회사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 케첩을 빼놓고는 회사의 성장을 논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 대신 도전을 택한 하인즈의 용기, 그리고 대량 생산과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그의 지독한 철학이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케첩을 전세계 가정과 식당 한 쪽에 자리잡게한 그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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