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연대의 엑스포” 강조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단과 잇따라 접촉하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정상 외교를 폈다. 개최지 투표를 나흘 앞두고 정부와 민간 역량을 동원해 파리에서 막판 총력전을 폈다.
윤 대통령은 파리 방문 둘째날인 24일(현지시간) 저녁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해 BIE 회원국 대표 등에게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최종 개최지는 오는 28일 파리에서 열릴 제173차 BIE 총회에서 회원국 대표단의 투표로 결정된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단군이 한반도에 처음 나라를 세운 이래 일제 강점, 6·25전쟁을 포함한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 같은 극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책임 국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며 “2030 부산 세계박람회를 통해 인류의 연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국경일 리셉션은 해외 공관에서 1년에 한 번 전 세계 대사 등을 초청해 벌이는 행사다. 통상 개천절(10월3일) 즈음 열리지만 올해는 윤 대통령의 파리 방문 일정에 맞춰 늦게 열었다. 윤 대통령의 파리 방문은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BIE 4차 프레젠테이션 발표에 이어 5개월만이다. 정상이 1년에 한 국가를 거듭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박람회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경일 리셉션 행사 주제는 부산 세계박람회 주제와 같이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로 잡았다. 프랑스 측 주요 인사들과 재외 동포, 각국 대사와 BIE 회원국 대표를 포함한 파리 주재 외교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SK, 삼성,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BIE 대표단을 상대로 교섭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파리 방문 중 오·만찬 일정을 BIE 대표단 초청 행사로 잡아 총력전에 들어갔다. 정상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부산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과 함께 입장 미정국 등을 대상으로 한 막판 물밑 교섭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공동 주최한 ‘BIE 대표 초청 오찬 - 2030 개발협력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부산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의 현대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도시”라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원조물자가 도착하던 부산은 이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국제 항구 도시로서 세계 각지의 물류와 산업, 첨단 기술, 문화와 예술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부산의 강점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대표단을 직접 접촉해 설득을 이어갔다.
건배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맡았다. 그는 건배사에서 할아버지인 이병철 전 회장이 1953년 부산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언급하면서 “미래 도시인 부산이 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자유와 연대를 확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전날 파리에 도착한 후 첫 일정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맞췄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주유네스코 대표부가 주최한 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 참석해 ‘연대의 엑스포’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2030년 부산 엑스포는 우리들이 성취한 기술과 산업을 뽐내는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연대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모든 참가국들이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선보이는 문화 엑스포, 인류의 미래세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만남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들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지원 패키지를 강조하면서 “부산은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 함께 부산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만찬 행사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로, 한국이 풍부한 문화 역량(K-Culture)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박람회를 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 참석한 파리 주재 외교단, BIE 회원국 대표단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유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최고위급의 전격적인 유치 교섭 활동으로 입장을 정하지 못한 다수의 회원국들의 표심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런 모멘텀을 총회 투표 시점까지 살려 유치에 성공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막판 유치전을 마친 뒤 25일 오전 파리를 떠나 26일 오전 귀국한다.
개최지 윤곽은 BIE 총회에서의 투표를 거쳐 한국 시간으로 오는 29일 새벽 드러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파리 현지 브리핑에서 “나흘 후면 투표가 실시된다. 그간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의 목표로 달려왔다”면서 “남은 기간에도 ‘원 팀 코리아’는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투혼을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파리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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