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어느 쪽이 절박한가

강천석 기자 2023. 11. 25. 03: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수도권에서 현재보다 4배 의석 더 얻어야 多數黨
인요한 혁신위 動力 떨어지고, 黨內 반발 높아진 것 걱정해야

내년 4월 10일 오후 6시 투표가 끝나면 곧이어 공중파 방송들의 출구(出口)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2020년 21대 총선 땐 6시 15분 결과가 나왔다. 출구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져 각 당의 예상 확보 의석 숫자가 10석 이상 빗나가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선 지역구 253석을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84석으로 갈랐다. 서울·경기·인천 121석 가운데 103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혐오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통합당이 강남·영남·부자당(黨)이란 이미지에 갇힌 사이 20~40대 마음을 잡지 못하고 50대가 된 586 출신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충성을 바친 결과’라는 분석이 따랐다.

내년 4월 10일 오후 6시 30분 무렵 발표될 유권자 출구조사 결과는 이것과 얼마나 다를까. 결과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다. 첫째 여당 국민의힘이 반수 넘는 안정 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수도권 121석 중 최소 절반인 60석 이상은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 현재 의석은 17석이다. 4배는 더 당선돼야 한다. 약진(躍進)으론 부족하고 대(大)약진이 필요하다.

둘째는 민주당이 현재처럼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반(反)윤석열 계열 우파(右派) 정당, 민주당을 이탈(離脫)한 반(反)이재명 계열 좌파 정당, 기타 군소 정당이 원내 제3 세력, 제4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안정 과반수를 획득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온전한 대통령이 된다. 지금까지는 행정권만을 가진 ‘3분의 1 대통령’이었다. 정책을 입법(立法)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시행령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시행령 대통령’이었다. 국민 전체 이익에 어긋나는 야당의 법률 통과에 거부권만으로 맞서야 했던 ‘거부권 대통령’이었다. 임명한 장관들이 야당의 탄핵 소추로 줄줄이 업무 정지 상태에 몰렸다. 문재인 정권과의 친분(親分) 때문에 임명된 사람들이 정부와 정부 관련 기관 곳곳에서 버티는 사태도 막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정권이 실질적으로 교체되면, 대통령은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만나야 된다. 그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사법부가 할 일이고, 야당 대표를 상대해야 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크게 승리하면 여야 영수회담의 야당 얼굴이 바뀔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면, 그 이후 사태는 길게 이야기할 게 못 된다. ‘대통령이 없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 아니면 ‘대통령이 용산에 한 명, 여의도에 또 한 명’ 있는 머리가 두 개 달린 괴수(怪獸)를 닮아간다. 다음 대선을 겨냥한 선심(善心) 정책과 법률이 홍수를 이뤄 국가 운명에 일격(一擊)을 가할 것이다. 북쪽에는 원자폭탄, 남쪽에는 ‘여의도 폭탄’을 두고 사는 꼴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다. 대통령의 정치력이 중요한데 앞날이 평탄할 리 없다.

한국 정치에서 여론은 정치권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잃었다. 대통령 부인, 사실은 국민의 2분의 1을 차지하는 여성을 ‘암컷’이라 비하(卑下)해도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지 않는다. 전직 대표가 현직 장관을 ‘어린놈’이라고 불러도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추가될수록 후원금이 증가하는 미국과 같다. 이 상황에서 정당 간 상호 공격은 자기 진영 단결을 강화할 뿐 상대 진지를 약화(弱化)시키지 못한다.

내년 4월 10일 저녁 세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이 현실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날의 승패는 좌-우 각 당의 확고한 지지자가 결판 내지 못한다. 어정쩡하다고, 소신 없다고, 정치에 관심과 책임이 적다고, 양다리 걸친다고 비난받아 온 중간층 무당파(無黨派) 30% 유권자 손에 달렸다. 그들 가운데 얼마가 투표장에 나가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가 결정한다. 변화하려고 절박하게 몸부림치는 쪽에 설 것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절박한가, 아니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더 절박한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인요한 혁신위의 동력(動力)이 크게 떨어지고 당내 반발이 높아진 것을 걱정스러워해야 한다. 민주당 쪽은 그다음에 쳐다봐도 늦지 않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