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반값 할인 성형수술은 왜 위험할까
영화 ‘빅쇼트’에서 헤지펀드 대표 마크 바움은 미국 부동산 금융 시장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직접 조사를 해 보자고 한다. 첫째, 주택시장에 거품이 있는가? 둘째, 있다면 은행은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이 조사 목적임을 정의하고 본인도 곧장 현장으로 떠난다.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나고 시장을 직접 돌아본 후 그는 극심한 붕괴가 닥쳐올 것이라는 답을 내리고, 투자를 통해 거대한 돈을 번다.
방대한 혼돈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지식과 변하는 정보를 스스로 씹어서 확인하고, 구슬을 꿰듯 연결해서 또렷이 생각하는 힘을 보여주는 책들이 있다. 이 부류에 속하는 ‘1%를 읽는 힘’(토네이도)은 메르라는 필명을 쓰는 자본시장 분석가이자 블로그 구독자 12만명을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가 쓴 책이다. 글의 호흡이 짧고, 관심 있는 제목부터 마음대로 읽어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석유, 달러, 채권, 부동산 등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부터 반도체, 2차전지, 희토류 등 최근 급부상한 글로벌 경제 무기들까지 종횡무진하다 보면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얼마나 매서운 영향을 끼치는지 배울 수 있다. 한편, 역사와 경제를 결합한 에피소드에서는 스토리텔러로서 저자의 재능이 빛난다. 예컨대 1997년 외환위기의 시작을 1980년대 중국 학생 시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식이다. 한국 안에서 벌어진 일들로만 납작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정치경제 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력에 알맞은 안경을 낀 것 같은 선명한 쾌감을 준다.
성형수술과 투자의 공통점을 설명하는 글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성형외과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면접조사에서 요즘 유행인 반값 할인 성형수술과 제값 내는 성형수술에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수술 방법과 장비는 차이가 없으나 바늘땀이 미세하게 다르다고 답한다. 저자는 가격이 싼 것은 이유가 있고 비싼 것은 비싼 가치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내가 원하는 조건이 다 수용될 때 오히려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그저 투자에만 적용되는 교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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