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고래는 왜 하늘을 향해 있을까… 해답 찾으려 세계 8國 30곳 암각화 찾은 사진가
‘고래가 왜 하늘을 향해 서 있을까?’
사진가 강운구(82)는 50년 전 신문에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래는 수평으로 유유히 헤엄쳐야 정상인데, 사진 속 암각화엔 세로로 서 있는 고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궁금했지만 누구도 묻지 않았고 답을 찾을 수 없어 스스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답사에 나선 그는 약 3년간 반구대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국과 러시아, 중국, 몽골까지 암각화가 있는 8국 30여 곳을 돌며 카메라에 담았다.
“파미르고원, 톈산산맥, 알타이산맥에 걸쳐 있는 암각화를 답사하면서 5000년 전 사람들을 1000명 이상 만났어요. 그들은 직접 본 것, 경험한 것들만 바위에 그렸기 때문에 암각화야말로 ‘고대의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있는 고래에서 시작한 집요한 추적과 탐구의 결과물이 서울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개막한 ‘암각화 또는 사진’전에 펼쳐져 있다. 배낭 하나 메고 떠난 멀고도 광활한 초원, 골짜기와 등성이를 더듬고 다니며 포착한 사진 150여 점이 9개 섹션으로 전시됐다. 그는 “외딴 골짜기에 아직도 남아있는 선사인들과 대면할 때는 몸이 떨렸고 목이 탔다”며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엔 삶과 죽음, 춤추고 사냥하고 의식을 치르는 순간들이 저장돼 있었다”고 했다.
강운구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척자라 불린다. 지난 40년간 경주 남산, 내설악 너와집 같은 우리 산하와 민초들 풍경을 담아왔다. 이번 사진은 더 넓은 지역으로, 시간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암각화 지역이 많지만, 더 이상 암각화 작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작업의 출발점이 됐던 의문,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가 서 있는 이유를 스스로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아시아를 돌고 와서 다시 반구대에 가보니 답이 보이더라”면서 “수직으로 서 있는 고래는 살아있는 고래를 뜻하고, 수평으로 그려진 건 죽은 고래”라고 해석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구별하는 고유한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시와 연계한 동명의 사진집도 출간됐다. 전시작들을 포함해 암각화 사진 300여 점을 수록했고, 각 암각화마다 작가의 짤막한 해석을 붙였다.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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