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낼 때 그는 문단의 이방인… 지금 그를 모르면 문학의 이방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소설 | 김화영 옮김 | 책세상
카뮈의 말
알베르 카뮈 지음 | 이재룡·조경민 옮김 | 마음산책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문학을 다시 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1942년 첫 소설 ‘이방인’을 낼 때만 해도, 카뮈는 프랑스 문단의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카뮈를 모르는 편이 이방인에 가까울 테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통계에 따르면 ‘이방인’은 프랑스에서만 연평균 19만부가 팔리며, 전 세계 10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선 올봄 카뮈가 1937년부터 1958년까지 전 세계에서 했던 강연과 연설을 묶은 책 ‘카뮈의 말’이 출간됐고, 최근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카뮈 전집’(20권)의 번역을 고쳐 ‘이방인’ 등 소설 5권을 새롭게 냈다.
◇”예술은 고독한 즐거움이 아니다”
1957년 12월 10일, 카뮈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엔 카뮈의 삶이 응축돼 있다. “제가 보기에 예술은 고독한 즐거움이 아닙니다. (…) 지난 20년의 미친 역사 동안, 제 나이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련의 시기에 아무런 구원도 없이 길을 잃었던 저를 지탱해준 것은 지금 글을 쓴다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는 막연한 감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글 쓰는 행위는 오로지 글만 쓰도록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뮈는 1·2차 세계대전의 격랑에 온몸을 내맡기면서도, 어느 한 정치적 입장에 경도되지 않았다. 1935년 알제리 공산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했지만, 프랑스 자본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것에 치중한다는 것을 깨닫고 2년 만에 탈퇴했다. ‘카뮈의 말’을 번역한 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는 “카뮈는 가난하거나 착취당하는 사람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공산주의와는 척을 졌다. 미래의 꿈이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지금 이곳의 살인과 공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카뮈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모든 지식인의 문제를 물었다”
카뮈는 그가 태어난 프랑스령 알제리의 독립에 관해 알제리와 프랑스 모두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알제리와 프랑스의 연방제를 지지하되 분리 독립에 반대했기 때문. 1954년 11월 알제리와 프랑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카뮈에 대한 비판과 그의 내적 고뇌는 더욱 깊어갔다.
카뮈는 1956년 발표한 ‘민간인 휴전을 위한 호소’에서 “어떤 진영이든 간에 한 사람의 죽음에 기뻐할 수 없다”며 민간인 차원의 휴전을 제안했다. 프랑스 카뮈 학회 창립 회원이고 2009년 카뮈 전집(전 20권)을 국내 최초로 낸 김화영 교수는 “흔히 실존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가로 장 폴 사르트르와 카뮈가 꼽히지만, 세상의 변화를 앞질러 본 사람은 카뮈였다. 카뮈는 인간 이외의 세계, 즉 ‘ecology(생태계)’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54년 알제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기가 “카뮈의 생애에서 가장 극단적인 고통의 시기”라고 본다. 이 시기에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재판관 겸 참회자’인 변호사 클라망스의 고백을 통해 전개되는 소설 ‘전락’을 집필했다. 김 교수는 ‘전락’을 처음 낸 1989년 이후 34년 만에 전면 다시 번역했다. 그는 “’전락’은 카뮈 작품에서 가장 난해하다고 할 수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포함해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시니컬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며 “과거와 달리 독자들의 세계 문학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의역보단 간결한 카뮈의 문체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카뮈의 생각, 오늘날 국제 정세에도 유효”
카뮈는 계속된다. 민음사는 올해 초 양장본으로 교보문고에서만 판매했던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를 12월 중 보급판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사 책세상도 내년까지 ‘카뮈 전집’의 나머지 책을 번역해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룡 교수는 “오늘날 국제 정세를 보면 완전히 식민지 지배를 벗어났다고 말하기도, 국가 간 연대나 정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떤 정치인의 말에도 쉽게 동감하지 않고, 인간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더 중요했던 카뮈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김화영 교수는 “카뮈의 가장 훌륭한 점은 인간의 한계를 알았다는 점이다. 그의 문학은 우리가 무언가를 추구하되 한계를 알아야만 살 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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