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도 ‘코러스 라인’도… 뮤지컬은 시대를 비춰왔다
뮤지컬의 탄생
고희경 지음 | 마인드빌딩 | 452쪽 | 3만5000원
“어떤 뮤지컬에 나왔던 곡이지?”
20세기 중반, 익숙한 노래가 들리면 미국인들은 가수나 작곡가를 묻는 대신 이렇게 질문했다. 미국이 2차 대전 승전 뒤 달에 우주선을 보내며 초강대국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유럽에서 대규모로 이주해온 예술가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영화·음반·TV까지 장악하며 세계 대중문화 산업을 지배했다. ‘오클라호마!’(1943), ‘아가씨와 건달들’(1951), ‘마이 페어 레이디’(1956) 등이 흥행한 1940~60년대는 뮤지컬의 황금기였다.
달도 차면 기울듯, 전성기가 지나자 위기가 닥쳤다. 베트남전 반전 운동, 오일 쇼크 등을 겪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극장이 텅 비었다. 무명 배우들의 고달픈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분위기의 ‘코러스 라인’(1974), 기승전결이나 해피엔딩을 지우고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 ‘컴퍼니’(1970)처럼 뮤지컬도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했다.
자본의 힘이 커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가던 1980년대엔 ‘캣츠’(1981), ‘오페라의 유령’(1986), ‘레미제라블’(1985), ‘미스 사이공’(1989) 깉은 메가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미국과 영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공연되기 시작했다. 쉽게 각인되는 팝 멜로디, 최신 기술과 대규모 자원이 투입된 화려한 무대, 공격적 마케팅과 평단의 혹평에도 아랑곳 않는 초장기 흥행 등이 메가 뮤지컬의 공통점이었다.
성별, 국가, 인종의 경계가 흐려지고 다양성의 가치가 더욱 중시되기 시작한 21세기에는 인종을 뛰어넘는 캐스팅으로 흑인과 라티노 배우들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연기하며 미국 건국사를 새로 쓴 ‘해밀턴’(2015)이 태어났다.
저자는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인 국내 첫손 꼽히는 공연 전문가. 넓은 시야로 정치·경제·사회사와 당대 뮤지컬 작품들의 경향을 교직해 보여준다. 시대와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집어삼키며 성장해온 뮤지컬의 150여년 역사를 짚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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