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2] 아바 보이지(Abba Voyage)

스웨덴 음악 그룹 아바(Abba)는 간결하고 정직한, 그리고 중독적 멜로디로 “1970년대를 정의했다.” 특유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유명했으며, 음반 판매도 무려 4억장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1982년 활동을 중단한 이후 4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실존 인물이 아닌 ‘디지털 아바타’라는 형식이다. 멤버들은 스튜디오에 모여 5주 동안 특수 제작한 디지털 의상을 입고 수십 곡을 불렀다. 그리고 이 동작 하나하나를 카메라 160대가 촬영, 모션 캡처 기술로 기록했다. 이를 위해서 전 세계 디지털 아티스트 1000여 명이 도합 10억시간을 컴퓨터 작업에 투자했다. 그렇게 만든 아바타는 우리 기억 속, 전성기의 아바였다.

이 공연을 위해서 런던 외곽의 올림픽 공원에 스피커 291개를 갖춘 3000석 규모 아레나가 지어졌다. ‘아바 보이지(Abba Voyage)’가 시작되면 디지털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아바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하고 이제까지 없었던 형식의 콘서트가 열린다. 아바의 노래만큼이나 친숙한 예술 작품들이 무대의 배경을 장식한다. 천성적 장애로 다섯 살에 생을 마감한 소녀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치키티타’를 부를 때는 무대 뒤에 커다란 태양이 떠오른다. 2003년 런던 테이트미술관에 설치되었던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날씨 프로젝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객석을 뒤덮는 화려한 점의 빛이 연속되는 ‘댄싱 퀸’의 무대는 구사마 야오이의 작품 ‘무한 거울의 방’의 새로운 버전이다.

아바가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한 것은 1979년이다. 당시 20세 관객이라면 지금 60대 중반이다. 많은 젊은 관객이 아바의 팬인 부모와 동행한다. 두 세대가 어울려 4분의 4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공연의 큰 재미다. ‘워털루’ ‘맘마미아’ ‘페르난도’ 등 22곡을 불렀지만, 워낙 히트곡이 많은 아바여서 90분이 짧게 느껴진다. 새로운 형식의 부활을 통해서 과거로 돌아갔지만 미래에 있는 것 같은 경험, 21세기의 ‘가상 콘서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의미가 특별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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