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미 로비, 기본부터 다지자
2024년 미국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바뀐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미 라인들은 무척 바빠질 것이다. ‘대비하라’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새 대통령이 행정부 요직에 누구를 기용할지처럼 제일 궁금해하는 문제들은 막판까지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워싱턴은 대미 로비나 공공 외교를 하기가 더 까다로운 분위기로 가고 있다.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홍보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등록하고 그 활동을 보고해야 한다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적용이 늘고 있다. 2018~2021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홍콩 언론 매체들을 대거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시켰다. 그러면서 외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워싱턴의 경계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인 2022년 연방수사국(FBI)은 카타르를 위해 로비해 줬다는 혐의로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소장을 수사했다. 2023년 초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미국의 동맹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신호였다. 공직자 인사 검증에서도 외국과의 관계를 꼼꼼히 살피면서 외국인과의 접촉 자체를 조심하는 이들도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급한 현안은 급한 대로 대응하더라도, 기본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 스며들어 유사시 우리 편을 들어줄 우호 세력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것 아닐까.
한 미국 학계 인사의 말로는 미국 유수 대학·기관 중에는 한국의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미국 학계는 학술의 자유를 중시하는데, 역대 한국 정부가 지원금을 주며 정권의 구미에 맞는 활동을 은근히 요구한 적이 꽤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는 최소 수억 원을 줬으니 당장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기부금 낼 사람이 넘치는 미국의 명문 대학·기관에는 ‘푼돈 주면서 갑질한다’는 인상을 주는 모양이다.
미국 주류 사회를 아는 전문가도 더 키워야 한다. 한국 정부 부처나 기업이 처음 워싱턴에 오면 로비 회사들이 모인 K스트리트에서 제일 유명한 회사들을 찾아가 계약하지만, 막상 무슨 일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는 잘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 의회를 잘 아는 사람이 워낙 부족해서, 현재 미국 의회에는 전혀 영향력이 없는 인사들이 한국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고위 인사들이 반(半)외유 삼아 워싱턴에 오면서 자기 체면에 걸맞다고 생각하는 미국 인사와 면담을 잡아달라 요구하는 것도 재고했으면 한다. 워싱턴은 이익을 주고받는 ‘기브 앤드 테이크’로 돌아간다. 한국식으로 촉박하게 기한을 주며 일정을 만들게 하면, ‘정책 로비’에 써야 할 카드를 ‘의전 로비’에 소모하는 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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