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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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꼭 만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온종일 작품과 함께 있고 싶어 미술관 경비원이 된 사람이 썼다.
바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이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자신이 마비되는 것만 같을 때, 오롯이 혼자가 되어 몰입하는 경험을 책은 미술관을 매개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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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관객을 감시하면서 배려도 하는 독특한 역할을 맡는다. 그림자처럼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관객의 동선을 피해주지만, 혹시나 손이 작품으로 향하지 않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그런 경비원도 일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을 감상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온종일 작품과 함께 있고 싶어 미술관 경비원이 된 사람이 썼다.
저자는 두 살 위인 형이 암 투병을 하다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슬픔을 떨칠 수 없던 그는 2008년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한다. 바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23만1000㎡(약 7만 평)나 되는 거대한 공간이다. 각 경비원은 매일 아침 지킬 구역을 배정받는다. 이집트, 중세 미술,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작품에 얽힌 감정의 흔적을 저자는 만난다.
그는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기록함과 동시에, 형을 보내며 느꼈던 감정을 교차해 보여준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미술관 속 ‘피에타’ 그림 앞에서 펑펑 우는 엄마의 모습, 당연했던 일상이 형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성스럽게 변했던 기억들…. 결국 모든 것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그렇게 2018년까지 10년 동안 미술관에서 일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자신이 마비되는 것만 같을 때, 오롯이 혼자가 되어 몰입하는 경험을 책은 미술관을 매개로 보여준다. 그리고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 삶의 맨얼굴이 나타나며, 그것이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드러낸다.
책은 지식에 앞서 예술의 기본적 역할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인간과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임을 말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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