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숲 키워내는 ‘어머니 나무’, 우리 동네 뒷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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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는 분홍색 잎을 가진 거대한 버드나무 같은 식물(영혼의 나무)이 나온다.
저자는 나무 간의 네트워크에서 더 나아가 숲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어머니 나무'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무 간의 관계를 넘어 숲과 그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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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 중심으로 소통-협력
무심코 지나친 아름드리나무가… 숲 지키는 어머니 나무였을지도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와이드웹/수잔 시마드 지음·김다희 옮김/576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숲에선 모두 한가족 ① 미송 어머니 나무.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된다. 깊게 고랑이 파인 두꺼운 껍질은 화재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커다란 가지는 굴뚝새, 솔잣새, 다람쥐, 땃쥐 등 새와 야생 동물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② 광대버섯으로, 파리버섯이라고도 한다. 소나무, 참나무, 가문비나무, 미송, 백자작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외생균근 관계를 형성해 각종 물질을 주고받는다. ③ 나뭇가지에 앉은 흰머리수리. 수많은 생명을 품어내는 숲에서 오래된 나무는 인간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처럼 어린 나무들에 양분과 물을 주며 양육한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Jens Wieting ⓒPaul Stamets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산림생태학 교수인 저자가 오래된 숲에는 같은 종류의 나무는 물론이고 다른 종류의 나무,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내는 과정을 서술했다. 우리가 숲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진균(眞菌)을 통해 나무들이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 신경물질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자작나무와 미송은 탄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소통하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의 필요를 감지하고 미송의 필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탄소를 좀 돌려주었음도 발견했다. 호혜성이 그들의 관계의 일부이기라도 한 듯이. 나무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 이어져 있었다. … 에너지와 자원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무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한다는 뜻이었다. 지능형 시스템처럼 지각하고 반응하면서.”(8장 ‘방사능’ 중)
저자는 이 네트워크를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에 비유해 ‘우드와이드웹(WoodWideWeb)’이라고 불렀다. 이 표현은 ‘네이처’가 1997년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저자의 연구 논문을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무 간의 네트워크에서 더 나아가 숲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어머니 나무’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한다.
“어머니 나무의 친족 묘목들은 더 잘 살아남았고,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던 비(非)친족 묘목보다 눈에 띄게 더 컸다. 미송 어머니 나무들이 친족을 알아본다는 강력한 암시였다.”(14장 ‘생일들’ 중)
우리가 인간의 특징이라 생각한 것들을 나무에서 발견한 저자는 나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인지하고, 행동양식을 배우며, 적응하고 기억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어머니 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무 간의 관계를 넘어 숲과 그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무대가 된 판도라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태, 환경 관련 서적들이 ‘지구가 이렇게 참혹하게 파괴되고 있다’를 넘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좋게 바꿔 보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이런 노력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방침을 바꿀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머니 나무’를 찾는 모험에 동참하길 권유한다. 어머니 나무를 찾는 것은 아주 쉽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바로 어머니 나무라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뒷산의 큰 나무가 사실은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처럼 우리 동네 영혼의 나무였다는 걸 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느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드와이드웹’과 연결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원제 ‘Finding the Mother Tree’.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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