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야의 예타 농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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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공사업에는 경제성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미리 하도록 돼 있다.
"경제성만으로 평가하면 사람이 적은 지방 도시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니 그런 곳의 사업들은 예타를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구 50만 명 이상의 접경지역이 포함된 대도시권 광역교통시설 확충사업은 예타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그 대신 "그럴 거면 지방의 50만 명 이상 도시들도 예타를 면제해주자"는 내용의 추가 개정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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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공사업에는 경제성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미리 하도록 돼 있다. 긴급한 상황이나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예타 면제는 취지와 다르게 선심성 카드로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각 지방의 공공사업 47건(36조원 규모)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줬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내용을 봐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센 비난이 일었지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균형 발전’ 논리로 깔아뭉갰다. “경제성만으로 평가하면 사람이 적은 지방 도시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니 그런 곳의 사업들은 예타를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에서 눈길을 끄는 법안 하나를 강행 처리했다. “인구 50만 명 이상의 접경지역이 포함된 대도시권 광역교통시설 확충사업은 예타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왜 50만 명이 기준인지는 설명조차 없다. 지방 도시도 안 된다. 오로지 서울과 맞붙은 접경지역의 50만 명 이상 도시만 광역교통시설을 확충해주겠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 김포, 파주 등만 대상이다. 한마디로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사업을 예타 없이 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는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지방만 예타를 면제해주겠다”고 했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수도권 도시만 예타를 면제해주자”고 했으니 얼마나 코미디 같은 노릇인가. 법안에 김포를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을 보면 본인들도 무안했나 보다.
또 황당한 것은 이 법안이 지난 2월 제안됐지만, 그동안 논의조차 안 됐다는 점이다. 당시 기준으론 김포 인구가 50만 명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최근 50만 명을 넘어서자 ‘옳다구나’ 하고 묵힌 법안을 꺼내들었다.
민주당의 이 꼼수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했을까? 아니다. 그 대신 “그럴 거면 지방의 50만 명 이상 도시들도 예타를 면제해주자”는 내용의 추가 개정안을 내놨다. 혈세 낭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예타가 정치꾼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고경봉 논설위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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