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우가 김혜수 외쳤다...'44회 청룡영화상' 주인공 '밀수'→30년 여정 마무리(종합)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제44회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이 '밀수'로 결정되면서, 김혜수가 MC로 지낸 30년 여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제44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댄스 크루 원밀리언의 무대로 막을 연 '제44회 청룡영화상'은 30번째 진행을 이어온 김혜수와 함께 유연석이 진행을 맡았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광은 영화 '화란' 홍사빈, '밀수' 고민시의 몫으로 돌아갔다.
먼저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홍사빈은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나의 친구들, 항상 응원해 줘서 너무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이 참 좋은데, 말할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든다. 영화 화란을 만들어 주신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 감사드리고, 수상을 통해 얻은 행복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겸손하게 정진하겠다. 멋지고 낭만 있게 연기하겠다"며 "끝으로 회식에서 화란을 찍고 있는데 거기 나오는 신인 배우가 기특하고 예쁘다고 말씀해 주신 송중기 선배님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인여우상을 거머쥔 고민시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밀수는 올 한 해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던 소중한 작품이었다. 우선 류승완 감독님 너무 감사드린다. 밀수에서 혜수 선배와 정아 선배는 공기 같은 존재고, 두 분이 있지 않았다면 우리 캐릭터가 살아 숨 쉬지 않았을 것이라던 인성 오빠의 말이 기억난다. 두 분께 감사드리고 함께했던 해녀 언니들 너무 보고 싶다"며 "밀수로 함께 했던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감사드린다. 밀수에서 옥분이가 춘자 언니를 롤모델로 생각했던 것처럼 저도 선배님께서 잘 닦아놓으신 멋진 길을 잘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배우 되도록 하겠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올빼미' 안태진 감독이 거머쥐었다. 안 감독은 "올빼미와 관련해서 한 블로그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류준열이 연기한 경수의 삶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는데, 맞다. 대부분 우리의 선택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다.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못한 것의 간극이 제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 같다"며 "우리들의 선택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의 신인들이 수상의 기쁨을 맛본 뒤, 지난해에도 축하공연을 펼쳤던 뉴진스(NewJeans)가 등장해 'ETA', 'Super Shy' 축하공연을 펼쳤다. 특히 음악상을 거머쥔 장기하는 트로피를 들며 '밀수' 메인 테마곡과 함께 '부럽지가 않어', '풍문으로 들었소'를 가창하며 흥을 돋웠다.
장기하는 "저를 잘 이끌어 주신 류승완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아주 좋은 영화 밀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밀수를 극장에서 봐주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리고, 밀수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 만들면서 후보에 오른 분들 모두 고생하셨다"고 간략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를 지켜본 김혜수와 유연석은 "트로피를 들고 공연을 한다는 것, 그리고 배우들이 기립하면서 함께 무대를 즐기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장기하가 부럽다"며 박수를 독려하기도 했다.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 무대로 문을 연 '청룡영화상' 2부에는 남녀조연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최우수작품상 시상이 이어졌다.
앞서 남우조연상은 앞서 '밀수' 박정민, '화란' 송중기, '거미집' 오정세, '범죄도시3' 이준혁, '밀수' 조인성이 후보에 들었고, 남우주연상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한 조인성은 함께 후보에 들었던 박정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 뒤 "이 상만큼은 정민이가 받길 원했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우선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촬영하고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류승완 대표님 감사드린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도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같이 있으면서도 계속 보고 싶었다. 마지막 헤어지는 날에는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한테는 소중한 기억이었다"며 "제가 받을 영광이 있다면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정아 선배의 사랑과 식혜는 놓치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도 제일 기뻐해주실 김혜수 선배에게 감사드린다"며 김혜수와 포옹한 뒤 연단을 떠났다.
이날 여우조연상은 '거미집' 전여빈이 수상했다. 수상 직후 눈물을 흘린 전여빈은 "개봉 때 무대인사를 100회차 정도 다니면서 관객분들께 인사드렸다. 그때 거미집을 나타내는 신조어 중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중꺾그마였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말인데, 얼마든지 꺾여도 괜찮다고, 마음 하나만 있으면 믿음이 돼 실체 없는 것이 실체가 될 수 있도록 엔진이 돼 줄 거라고 하더라. 누군가 자신의 길을 망설이며 믿지 못하고 있다면 믿어도 된다고 너무 응원해 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전여빈은 "거미집에서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고 물을 때 네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듣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믿어주고 싶은데 왜 스스로를 믿는 건 힘든지 모르겠다"며 "내가 다른 사람을 믿어줄 수 있는 마음만큼 스스로도 믿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믿지 못할 때 나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믿어주고 싶다. 너무 고맙고 감사드린다. 설레는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독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이 영예를 안았다. 엄 감독은 "영화 크랭크업 당시 스태프, 배우분들께 드렸던 말씀이 있다. 이 영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겠다 말했는데 상으로 그 약속을 지킨 것 같다. 출연해준 배우들 너무 고맙고, 더운 여름에 겨울 영화를 찍느라 고생한 스태프들과 황궁 아파트 주민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박진영(J.Y.Park)은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Sweet Dreams', 'When We Disco', 'Take On Me', 'Changed Man' 무대를 선보이며 현장에 열기를 더했다. 특히 'When We Disco' 무대를 통해서는 MC 김혜수와 호흡을 맞추며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관해 김혜수는 "박진영과는 지난 30회 청룡영화상 이후 14년 만에 무대에서 재회한다. 박진영 덕분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마음에 갖고 가게 됐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남우주연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한 이병헌이 거머쥐었다. 이병헌은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약 7년 만에 수상의 기쁨을 다시 맛보게 됐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들어 주신 엄태화 감독님, 수상도 축하드린다. 한여름에 너무 고생 많았던 스태프들과 열연을 펼쳐주신 배우들 감사드린다.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꼭 받아보고 싶은 상이 권위 있고 공정한 청룡영화상이라고 생각한다. 제 손에 트로피가 들린 걸 보니 정말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병헌은 "다음 달에 둘째가 나온다. 태명은 왠지 모르게 버디라고 지었다. 지금 집에서 지켜보고 있을 이민정, 이준후, 버디와 함께 이 영광을 함께 하겠다. 나이스 버디!"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상 직전 펼쳐진 박진영의 축하공연을 언급한 이병헌은 "좀 전에 박진영 씨가 나와서 생각이 났다. 누구나 인생에 후회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 10여 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술에 잔뜩 취해 박진영 씨를 만나 댄스 배틀을 하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함께 있었던 배우들을 여전히 피해 다니고 있다"고 말하며 웃음을 안겼다.
영화 '잠'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들어 올린 정유미는 "잠을 극장에서 봐주신 모든 관객분들, 응원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시나리오를 제게 주신 유재선 감독님, 현장에서 많이 배웠고 너무 감사했고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미는 "제가 이 상을 받다니! 스태프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고 싶고,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제 영원한 미스 김 김혜수 선배님. 10년 전 선배님 만나지 않았다면 제가 배우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선배님 덕분이다.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고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제4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은 영화 '밀수'의 몫으로 돌아갔다.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은 "많은 한국 영화에 위기가 찾아왔는데, 저희가 받은 걸 보니 위기 같다. 반대로 보자면 한 곳만 바라보고 20~30년 이상 계속해 왔던 저희가 받은 게 한국 영화 위기에 또 다른 의미로 영화인들 모두 한눈팔지 말고 우리가 만든 소중한 영화를 지켜가고 싶다"고 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밀수를 관람해 준 514만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쟁쟁한 영화들 사이에서 밀수에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단께 감사드린다. 누군가는 30년 전 처음으로 한 영화제를 책임지는 역할로 시작했을 때 저는 영화 자체를 잘 몰랐었다. 30년 뒤에 이렇게 매번 청룡영화상에서 그녀와 조우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러웠고, 영화인 중 한 사람으로서 혜수 씨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 밀수를 만들면서 물에 들어가고 쉽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 주신 위대한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늘 가족 생각하며 용기 잃지 않고 멋진 영화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든 시상을 마친 뒤 30년 동안 MC로서 '청룡영화상'을 책임진 김혜수에게 축전이 이어졌다.
이날 깜짝 등장한 정우성은 "올해로 영화 데뷔 30년 차를 맞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시상식에 초대받으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청룡영화상만큼은 편한 마음으로 왔는데, 영화인을 아우르는 따뜻한 마음과 깊은 공감으로 진행해 준 김혜수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그 마지막에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크다.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낸 심정처럼 느껴진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 온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주었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와 영화인을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 그녀가 함께한 청룡영화상의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트로피를 전한다"고 김혜수에게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
트로피를 받은 김혜수는 "일이건 관계건 떠나보낼 때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그 순간만큼 열정을 다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지난 시간들에 대해 후회 없이 충실했다 자부하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의 경향을 알고 그 지향점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햇수로 31년이나 됐다. 한 편 한 편 너무 소중한 우리 영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런 의미로 자리 잡게 됐던 것 같다"며 "서른 번의 청룡영화상을 함께 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 알게 됐던 것 같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청룡영화상 무대에서 배웠다. 배우 김혜수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 했음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청룡영화상이 많은 분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사랑하는 그런 시상식으로 존재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김혜수는 "함께 진행해 주신 제 파트너들의 배려도 잊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 청룡영화상 함께해 주신 유연석 씨도 너무 고맙다. 청룡영화상을 새롭게 맡아줄 진행자도 따뜻한 시선으로 맞이해 주시길 바란다. 사실 오늘도 자꾸 입이 말라서 놓친 것도 있고 실수도 있었다. 매년 실수도 많았는데 청룡영화상과 함께 저를 떠올려 주신 모든 분과 여러분의 박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청룡영화상 진행자가 아닌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돼 낯설더라도 매년 연말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을 내려놓고 22살 이후로 처음 맞이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김혜수도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늘 함께했던 청룡영화상. 여러분과 함께한 이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저한테는 큰 영광이었다.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진행 소감을 전했다.
이하 '제44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 신인남우상: '화란' 홍사빈
△ 신인여우상: '밀수' 고민시
△ 신인감독상: '올빼미' 안태진
△ 청정원 단편영화상: '과화만사성' 유재인
△ 최다관객상: '범죄도시3'(1,068만 2,813명)
△ 촬영조명상: '올빼미' 김태경-홍승철
△ 편집상: '올빼미' 김선민
△ 미술상: '거미집' 정이진
△ 기술상: '더 문'(VFX) 진종현
△ 음악상: '밀수' 장기하
△ 청정원 인기스타상: 송중기, 김선호, 박보영, 조인성
△ 남우조연상: '밀수' 조인성
△ 여우조연상: '거미집' 전여빈
△ 감독상: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 남우주연상: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 여우주연상: '잠' 정유미
△ 최우수작품상: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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