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서로 잇고 공생하는 숲의 나무들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사이언스북스
‘www(월드 와이드 웹)’는 현대인에게 거의 공기나 다름없는 존재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미줄(web)처럼 엮인 공간인 www에서 전 세계인이 24시간 한데 어우러져 산다. 그런데 또 다른 www세계가 있다.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다. 숲(wood)도 인터넷 세계와 비슷한 연결망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나온 용어다.
숲의 나무들은 균근균(菌根菌·mycorrhizal fungi)으로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균근균은 식물뿌리에 붙은 뒤 식물의 광합성 산물을 이용해 생활하면서 기주(寄主)식물에는 뿌리가 직접 닿지 않는 먼 곳의 토양무기성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공생역할을 한다. 숲에서는 오래된 나무들이 가장 큰 소통 허브를, 작은 나무들이 덜 분주한 노드를 구성하며 균근균은 복잡한 패턴을 이루면서 나무들을 서로 연결한다는 게 ‘우드 와이드 웹’ 이론이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원제 Finding the Mother Tree)의 지은이 수잔 시마드가 학술지 ‘네이처’ 1997년 8월호에 기고한 논문(야외 서식 외생균근 수종 간 탄소 이동)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시마드는 벌목한 오래된 나무들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 묘목을 심은 조림지의 식재 평가작업을 맡았다. 현장에 가 보니 다수의 묘목이 잎도 누렇고 겨우 살아만 있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저자의 고민이 시작됐다. 병든 조림지의 묘목들이 토양에서 영양을 얻을 수 있으려면 균근균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하면 벌목회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지은이는 산림청 조림 관련 정규직 연구자가 되어 풍성한 부식토를 만들고 뿌리병원균을 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자작나무를 실험 대상 종으로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벌목업계나 목재회사들에 자작나무는 돈 안 되는 잡목일 뿐이었다. 미송, 시더, 잎갈나무 등 수익성이 좋은 침엽수에 그늘을 드리워서 성장을 저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시마드는 만일 자작나무가 침엽수에 도움이 된다면 이들 나무를 어떻게 섞어 길러야 가장 건강한 숲을 조성할 수 있을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이어진 연구를 통해 지은이는 나무들이 땅속 경로 체계로 연결돼 거미줄처럼 얽힌 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뜻하지 않게 균근균을 죽이면 나무도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린나무를 되살려 내는 진균(眞菌·fungus) 연결 고리의 원천은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었다.
또 숲 자체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숲속에서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나이 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구별할 줄도 알며, 어린나무들을 양육하고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과 똑같이 어린나무에 음식과 물을 제공해 준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나갔다. 또 어머니 나무는 자손에게 생명을 물려줘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도록 돕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힘입어 ‘잡목을 죽이면 조림지의 생산성이 개선된다’고 믿는 이른바 자유성장정책이 수정됐다. 숲의 탐정을 자처한 지은이 시마드는 자신의 확신을 전파하기 위해 TED 강연에 나섰고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영혼의 나무’의 핵심적인 모티프는 시마드의 연구였다.
지은이는 2015년 자연이 숲을 통해 제공하는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다가올 300년 동안의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인 어머니 나무를 보호하면서 산림을 관리하면 탄소 흡수원, 생물 다양성, 삼림 재생 능력도 보호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기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 산림의 60% 가까이가 황폐한 민둥산이었으나 식목일 식수 행사 등에 전 국민이 참여해 짧은 시간에 모든 산을 풍요한 숲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 환경복원 모범 모델로 꼽힌다. 산림녹화 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울창한 숲은 앞으로도 잘 가꿀 일만 남았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한국의 산림을 제대로 보존하고 숲을 통해 국민 생활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이드북으로 열독할 만한 귀한 책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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