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청룡 떠나는 김혜수, 작품상 '밀수'로 화려한 피날레 "큰 영광이었다" [종합]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배우 김혜수가 30년 만에 청룡영화상 MC 자리를 떠나는 가운데, 그가 출연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가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제44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밀수'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남우조연상, 신인여우상, 음악상 등 6관왕을 기록했다. '밀수' 제작사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은 "한국 영화에 위기가 찾아왔는데 저희가 받은 걸 보니 위기 같다"고 너스레 떨면서도 "영화인들 모두가 한 눈 팔지 말고 우리가 만들었던 소중한 영화 지켜나가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올여름 극장에서 '밀수'를 관람해 주신 514만 관객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김혜수 씨의 마지막에 큰 박수, 큰 호응해 주는 역할로 왔는데 이런 상을 받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 항상 관객분들이 기대하고 설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은 영화 '화란'의 홍사빈과 '밀수'의 고민시가 수상했다. 홍사빈은 "우연치 않게 모 회식에서 한 선배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었다. '화란'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신인 배우 친구가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고 말씀해 주신 송중기 선배님과 오늘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고민시는 "정말 생각을 못하고 왔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밀수'로 처음 해 보는 게 많았던,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룡상은 한 번쯤은 꼭 받아보고 싶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권위 있고 공정한 시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손에 이렇게 트로피가 걸려있는 걸 보니까 정말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집에서 지켜보고 있을 이민정 씨, 이준후, 버디. 모두와 이 영광을 함께 하겠다. 나이스, 버디!"라며 재치 있게 아내인 배우 이민정과 첫째 아들 이준후 군, 곧 태어날 둘째 버디를 언급했다.
영화 '잠'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유미는 "이 상을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영화 '잠'을 극장 와서 봐주신 분들, 응원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제가 이 상을 받다니! 너무 영광이고 스태프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하며 크게 기뻐했다.
말미에 깜짝 등장한 배우 정우성은 "올해 영화 데뷔 30년차를 맞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시상식에 초대받으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크다"면서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 아마도 영화인들을 아우르는 따뜻함과 깊은 공감으로 진행해 주는 김혜수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크다"고 입 열었다.
이어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것과 같은 심정이 느껴진다.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청룡의 연인 김혜수에게 보내는 영화인들의 연서를 전하기 위해서다"며 "30년이란 시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온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줬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와 영화인을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며 "그녀가 함께한 청룡영화상의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이 청룡영화상이라는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우성과 짧은 포옹을 나눈 뒤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받아든 김혜수는 "생방송 리허설까지만 해도 (정)우성 씨가 등장하는 건 없었다. 몰랐다"며 "그동안 청룡에서 상을 몇 번 받았는데 그 어떤 상보다 특별히 값지고 의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이건 관계건 떠나보낼 때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도 그 순간만큼 열정을 다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지난 시간들에 대해서 후회 없이 충실했다 자부하기 때문"이라며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무려 30회, 햇수로는 31년이나 됐다. 한 편 한 편 너무나 소중한 우리 영화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자리 잡게 됐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김혜수는 "서른 번의 청룡영화상을 함께 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 알게 됐던 것 같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배우들,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배웠다"면서 "배우 김혜수라는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존경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청룡영화상이 많은 분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마음껏 사랑하는 그런 시상식으로 존재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얘기했다.
"청룡영화상을 새롭게 맡아줄 진행자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란다"는 그는 "오늘도 실수를 했다. 놓친 것도 있었고 매년 실수도 많았는데 매 청룡영화상과 함께 저를 떠올려주신 모든 분들과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박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돌이켰다.
더불어 "앞으로 청룡영화상의 진행자가 아닌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제가 조금은 낯설더라도 이제는 매년 연말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을 좀 내려놓고 스물두 살 이후로 처음 맞이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듯이 바라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혜수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늘 함께했던 청룡영화상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한 이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저에겐 큰 영광이었다"며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하 제44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 최우수작품상 = '밀수'
▲ 남우주연상 = 이병헌('콘크리트 유토피아')
▲ 여우주연상 = 정유미('잠')
▲ 감독상 = 엄태화('콘크리트 유토피아')
▲ 남우조연상 = 조인성('밀수')
▲ 여우조연상 = 전여빈('거미집')
▲ 신인남우상 = 홍사빈('화란')
▲ 신인여우상 = 고민시('밀수')
▲ 신인감독상 = 안태진('올빼미')
▲ 최다관객상 = '범죄도시3'
▲ 기술상 = 진종현('더 문')
▲ 촬영조명상 = 김태경, 홍승철('올빼미')
▲ 편집상 = 김선민('올빼미')
▲ 음악상 = 장기하('밀수')
▲ 미술상 = 정이진('거미집')
▲ 각본상 = 정서경, 박찬욱('헤어질 결심')
▲ 청정원 인기스타상 = 송중기, 김선호, 박보영, 조인성
▲ 청정원 단편영화상 = '과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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