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내로남불’…인종차별 욕하더니 외국인에 인종차별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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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점차 개선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책은 이 사건을 한국 사회의 소수자가 또다른 소수자를 차별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차별의 역사를 파악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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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숨겨진 편견이 보이는 차별로 번져
전쟁 피해 제주도 온 난민들 거부
“이웃으로 다른 인종 받을수 있나”
질문엔 34%가 부정적 반응 보여
소수자가 겪는 부당한 경험 알려야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 넓어져
1993년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의사들은 인종에 따라 진통제 처방을 다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엔젤레스 캠퍼스 병원의 1990~1991년 긴뼈 골절 환자 의무기록에서 진통제를 처방 받지 않은 비율을 보면 히스패닉 환자는 54.8%로 백인(25.9%)의 2.12배에 달했다. 보험 가입 여부, 골절의 정도, 성별, 입원 여부 등을 통제했을 때 차이는 더 심해졌다.
이 연구가 알려진 뒤 의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의료 불평등을 드러내는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 발표됐다. 2003년 발표된 미국 국립과학원 의학연구소 보고서에는 HIV 감염, 당뇨, 신장병 등의 진단에서 인종이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100편 넘게 인용됐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신간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이처럼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차별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소수자들이 겪는 고통을 조명한다. 차별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무의식에 자리한 암시적 편견으로 차별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9세기 논문부터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와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연구자와의 대담을 통해 차별의 역사와 현황을 드러낸다.
만연한 암묵적 편견은 명시적 편견으로 이어진다. 구성원의 무의식에 편견이 자리잡은 사회에서 차별은 손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2020년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학생은 일부 재학생들이 혐오 발언을 하며 그의 입학을 반대하자 등록을 포기한다. 책은 이 사건을 한국 사회의 소수자가 또다른 소수자를 차별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시스젠더(출생 시 법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가 아닌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시스젠더 여성은 상대적이고 강자이고 기득권자일 수 있다...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외모를 꾸미는 길을 찾은 이들을 두고서 가부장제가 강요한 여성의 옷을 입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폭력이다.”
저자는 2018년 제주도에 온 예멘인 484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다수 시민이 반대한 사례 역시 한국 사회에 자리한 암묵적 편견이 명시적 차별로 이어진 결과로 본다. ‘다른 인종의 사람이 이웃으로 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2010~2014 세계가치조사)에 34.1%가 부정적으로 답할 만큼 인종차별 성향이 심각한 한국인들의 무의식이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별 철폐를 외치는 책의 주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로 이어진다. 책은 저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사람들과 나눈 대담을 소개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 사회에 등장하는 차별 경험의 숫자는 급증할 거라고 생각한다...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부당한 경험을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한국 사회가 마땅히 겪어야 할 혼란이다”
차별은 평등을 가치로 삼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차별을 줄이려는 노력이 자유의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종종 정의와 거리가 먼 역차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깊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주제이기도 한다. 차별의 역사를 파악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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