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한 표를”... 尹대통령, 매 끼니 ‘식사 외교’
주요 그룹 총수들도 지지 호소
윤석열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이틀째인 24일(현지 시각)에도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고 테이블을 일일이 다니며 각국 대표에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엑스포 개최지) 최종 발표까지 불과 100여 시간이 남았다”며 “각국 외교단과 BIE 회원국 대표들을 향한 부산 엑스포 지지 호소와 요청, 팀코리아와 함께하는 윤 대통령의 대장정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도착 첫날인 23일 파리의 한 호텔에서 만찬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각국 대표단에 “롯데도 본거지가 부산”이라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연고지를 언급하며 부산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에게 “부산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한 명 한 명 사진 촬영도 했다. 일대일 접촉을 강화하면서 ‘부산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각국 대사들에게 최근 유엔총회, 20국(G20) 정상 회의, 아세안 정상 회의 등에서 해당국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소개하면서 “안부를 전해 달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대한민국은 BIE 회원국들의 박람회 준비 과정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부산 엑스포는 우리들이 성취한 기술과 산업을 뽐내는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연대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탰다. 정의선 회장은 영어로 건배사를 하며 “한국의 과학기술과 K팝, K푸드에 이어 부산이 각광 받고 있다”며 “11월 28일 나오는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유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됐다”며 새로운 친구들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한국계 입양인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부산을 지지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화답했다. 펠르랭 전 장관은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더 확산하기 위해서이며, 또 하나는 한류라는 소프트파워의 긍정적 영향력을 인식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2인3각 경기처럼 원팀으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 문화를 매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정부 인사들과 주프랑스 대사관,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관계자 등도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영어로 “오늘 한국의 밤, 부산의 밤 행사에 와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4일에도 BIE 대표단 초청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한 것을 제외하면 이틀 연속 매 끼니를 엑스포 개최지 투표권이 있는 각국 대표단과 함께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사에서 “대한민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책임 국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를 통해 인류의 연대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 낸다는 부산 엑스포의 정신과 비전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세계인 누구나 참여하여 고유의 문화와 기술을 소개하고, 보다 나은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화합과 연대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은 지난 6월 BIE 4차 프레젠테이션 발표 이후 5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정상이 1년에 한 국가를 두 번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오찬 행사에선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협력해 온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SK에코플랜트 관계자가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 혁신 기술에 기반한 민관 협력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부산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와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주관 오·만찬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참석한 BIE 회원국 국가명과 참석 규모를 비밀에 부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발표 시까지 경쟁국과의 치열한 유치전이 지속되고 있다”며 “숫자를 말씀드리는 것조차 상대국과의 경쟁에서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단을 말씀드리기가 전략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행사에 배석한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막판 총력전을 벌여 예정에 없었던 제1차 사우디·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사우디·카리콤(카리브 공동체) 정상 회의를 급하게 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장관 4명이 지난달부터 파리에 상주하면서 유치 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우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엑스포 개최지는 28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투표는 1국 1표제 방식으로 진행되고, BIE 회원국 182국 중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도시가 나오면, 곧바로 해당 도시가 개최지로 확정된다. 아니면 가장 적은 표를 받은 1곳이 탈락하고 나머지 2곳을 두고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투표에선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곳이 개최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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