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란 화합”… 韓 대표 선승 ‘청화’의 삶과 사상
1일 한끼 공양·장좌불와·토굴수행…
치열한 구도·독창적 사상 되짚어
2003년 열반까지 대중 교화 헌신
“우리 마음의 본바탕은 부처” 강조
탄생 100주년 맞아 일대기 ‘오롯이’
청화 전기: 위대한 스승/김용출/한울엠플러스/2만9800원
“큰스님, 가시렵니까.”
“나, 갈라네.”
“큰스님, 앉혀드릴까요.”
“알아서 하소.”
도일은 이때 낮에는 눕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오랫동안 이어온 스승을 한 번쯤 편히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돌연 들었다.
“큰스님, 그냥 편안하게 가십시오.”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는 눈을 뜨지 않은 채 제자 및 상좌들을 향해서 힘겹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대중과 화합 잘 하고 살아가시게. 승가란 화합이네.”
1923년 무안에서 태어난 청화는 스물넷의 나이에 장성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화상의 문하로 출가한 이래 수십 년간 하루 한 끼 공양을 하는 일종식과 눈을 뜬 뒤엔 눕지 않는 장좌불와, 수십 차례의 토굴 수행을 감행해온 한국의 대표적 선승이었다.
치열한 구도와 만행을 둘러싸고 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1960년대 중반 지리산 백장암 토굴 수행 당시, 모든 것이 공(空)이라는 불교의 공사상을 깨치기 위해서 토굴 벽에 무아(無我)와 공(空) 자를 수없이 썼던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붓을 집어 들었다. 토굴의 벽에다 없을 무(無), 나 아(我)의 무아를 써 내려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빌 공(空) 자를 쓰기도 했다. 쓰고 또 썼다. 벽이 검어질 정도로, 미친 듯이. 제법공과 무아를 체득하기 위해 백장암 토굴의 사방 벽에다 무아와 공 글자를 수천 번 썼다.”
일종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책상 앞에서 중국 선종의 6조 혜능 대사 선사상이 담긴 ‘육조단경’ 역주에 몰두하던 열반 몇 해 전 어느 날 저녁, 시자가 쌀죽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밥상에 올렸다. 그는 죽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자네가 죽을 잘 쒔네.”
시자는 이에 신이 나서 이튿날 저녁에도 흰죽을 쒀서 올렸다. 그러자 그가 이번에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일종식을 하지 않는가. 어제는 자네 성의를 봐서 죽을 먹은 것이네. 다음부터는 하지 마소.”
시자는 이후에도 스승의 건강이 염려돼 몇 번 더 죽을 쒀서 올렸지만, 그는 더 이상 죽을 먹지 않았다.
청화는 헌신적인 석가모니 제자이기도 했다. 전 조계종정 성철 스님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1985년 곡성 태안사 조실로서 대중 법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6년간의 미주 성화를 비롯해 2003년 열반할 때까지 대중 교화에 헌신했다.
영결식 당시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조사에서 “20여 년 전부터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 태안사에서 감로의 법문을 열고 사부대중을 제접하셨으니, 이로부터 사마외도는 입이 막히고 미륜중생은 눈을 열게 됐다”며 “실로 큰스님의 법상 아래서 번뇌의 불을 끄고 업장을 닦아낸 자의 수는 동리산의 참나무보다 그 수효가 많았다”고 칭송했다.
“우리는 비록 사람일망정 우리 마음의 본바탕, 본성은 역시 부처입니다. 지옥 같은 마음, 사람 같은 마음들이 단지 요소로만 거기에 조금씩 묻어 있을 뿐입니다. 그것도 역시 본바탕, 본 저변은 부처라는 말입니다…. 인연 따라 업에 따라서 사람 같은 모양으로 태어나서 사람 같은 마음을 쓰는 것이지, 이 마음도 역시 저변에는 모두가 부처뿐이라는 말입니다. 심즉시불(心卽是佛)이라, 이 마음 바로 부처입니다. 그러기에 회광반조(回光返照)라, 이 마음 돌이켜서 저변만 보면 그때는 우리가 부처가 되고 만단 말입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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