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새 아침을 향한 빛의 축복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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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밝히는 초승달 아래 가로등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이 그림에서 발라는 가로등에서 퍼져 나가는 빛을 화면 가득 채워 초승달의 빛을 덮으려 했다.
그림표면 위에 빛의 발산을 담을 방법을 궁리했고, 눈부신 전등 빛을 형형색색의 꺾쇠 모양 선으로 분석한 후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빛의 시간을 나타냈다.
발라 그림의 색선들이 어두운 밤거리가 아니라 새로 맞는 아침을 향해 퍼져 나가는 빛의 축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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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밝히는 초승달 아래 가로등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거리의 낭만적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으련만, 아쉽게도 이 그림에선 그런 흥취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빨갛고 노랗고 하얀 꺾쇠 모양 색선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운 빛의 향연처럼 보인다. 밤길을 흠뻑 적시는 산만함 때문인지 도통 차분한 마음으로 풍경과 거리에 빠져들 수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새 시대 미술이 기계나 자동차의 활력적인 힘이나 속도, 역동적인 운동성 자체를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관적인 표현이나 전통적인 공간구성법을 피하고, 그림 속 형태들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 방식을 찾으려 했다.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의 물체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형식이었다.
이 그림에서 발라는 가로등에서 퍼져 나가는 빛을 화면 가득 채워 초승달의 빛을 덮으려 했다. 그림표면 위에 빛의 발산을 담을 방법을 궁리했고, 눈부신 전등 빛을 형형색색의 꺾쇠 모양 선으로 분석한 후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빛의 시간을 나타냈다. 전등 빛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기계문명의 화려함이 자연을 넘어서는 순간을 상상했다.
금년도 한 달을 남겨 놓고 있다. 아쉬움도 남겠지만 곧 다시 시작을 맞는다. 발라 그림의 색선들이 어두운 밤거리가 아니라 새로 맞는 아침을 향해 퍼져 나가는 빛의 축복이 되길 바란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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