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100만원 벌 때 女는 69만원'…UN이 제시한 해법은?

김혜경 기자 2023. 11. 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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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서 유엔기구 성평등센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 포럼
국가적 차원의 연구, 급여 투명성, 여성역량강화 원칙 등 소개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24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개최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3.11.24.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할까? 이 문제를 규명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해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24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여성기구(UN Women) 등 국제기구 소속 전문가와 학계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세계적인 문제다. 2021년 기준 OECD 평균 임금 격차는 11.9%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88만1000원을 번다는 의미다. 한국은 31.1%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버는 것이다. OECD 가입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높다.

이날 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염 교수는 "한국에서의 성별 임금격차는 최근 악화하고 있다"며 "직종간 격차보다 직종 내 격차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직종이 다른 데 따라 발생하는 남녀 간 임금격차는 한 달에 20만~30만원 내외지만, 같은 직종 내 남녀 간 임금격차는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벌어진다"고 했다. 남녀 승진의 차이에 따라 벌어지는 같은 직종 내 임금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에서는 패미니즘 및 성평등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지만, 남녀 간 임금격차는 오히려 최근 3~5년 사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성별 임금격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나 팔스 유엔여성기구 여성역량강화원칙 사무국장은 “성별 임금격차는 전 세계적이고 복잡한 문제이며,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이 낮은 임금 받으면서 일하고 있어"고 진단했다.

팔스 국장은 성별 임금 격차가 노년기 여성 복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은 자녀와 노인, 환자 등을 돌보는 책임을 맡고 있어, 이로 인한 경력단절과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로 인해 고령 여성의 빈곤율은 고령 남성보다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률이 남성은 31.3%, 여성은 42.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면 GDP에 5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지불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발레리 프레이 OECD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급여 투명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급여 투명성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급여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현재 OECD 가입국가 대다수가 민간 기업에 대해 성별 임금격차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별 급여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며, 급여 투명성의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 OECD, UN Women 등 3개 국제기구가 2017년 공동 출범한 동일임금국제연합(EPIC)도 소개됐다. EPIC은 정부, 기업, 학계 등이 가입할 수 있는 연합으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 기업·정부 등에 법률적·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지표와 연계한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은 조직 내 성별 임금격차와 여성 참여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매커니즘을 통해 임금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ESG 경영을 저임금 여성 근로자들이 많이 일하는 중소협력업체로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제도를 만들 때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여성들이 정책을 만들 때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해다.

이외에도 성별 임금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세계적으로 80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참여하는 여성역량강화원칙(WEPs)도 소개됐다.

여성역량강화원칙은 유엔여성기구와 유엔글로벌콤팩트가 2010년 공동 발족한 이니셔티브로, 기업이 직장, 시장 및 공동체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는 7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남녀간 임금 격차 문제가 세계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임금 격차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와 높은 교육 수준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성차별에 기반한 문제로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이 함께 제도적·문화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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