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드림카의 성지, 포르쉐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을 가다
[라이프치히(독일)=이데일리 박민 기자] 독일 작센주(州)의 가장 큰 도시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포르쉐 공장. 포르쉐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주펜하우젠 공장이 전통 스포츠카인 911과 718 등을 만드는 포르쉐의 역사이자 전통이라면 라이프치히 공장은 포르쉐의 변화와 도전을 상징하는 곳이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포르쉐를 SUV(스포츠유틸리차)와 4도어 세단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킨 요람과 같기 때문이다.
라이프치히 공장은 지난 2002년 준공해 그 해 포르쉐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SUV ‘카이엔’ 첫 양산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74만대를 생산하며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올렸고, 200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총 1270대 생산을 끝으로 2006년 단종했던 슈퍼 스포츠카 ‘카레라 GT’도 모두 이곳 공장을 거쳤다. 현재는 포르쉐 최초의 4도어 스포츠세단 ‘파나메라’와 카이엔을 잇는 두 번째 SUV 모델 ‘마칸’ 등 2개 차종만을 생산하고 있다.
아침 일찍 차량을 타고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 길목에 들어서자 올해 포르쉐 창립 75주년을 기념하는 투명한 유리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75라는 숫자와 함께 포르쉐를 상징하는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엠블럼)이 붙여진 조형물은 유리 뒤로 비추는 장엄한 아침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공장에서 들어서자 관제탑처럼 높이 솟은 건물이 방문자를 반겼다. 높이 32m의 이 건물은 고객들이 직접 포르쉐 브랜드를 체험하고 실제 차량을 타고 트랙을 달려볼 수 있도록 마련한 일종의 체험공간이다. 포르쉐는 라이프치히에 공장을 지으면서 고객 체험시설인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PEC)도 함께 구축해 운영중이다.
이날 공장 투어는 파나메라 어셈블리(조립) 라인에서 이뤄졌다. 현재 라이프치히 포르쉐 공장에서는 직원 4400여명이 근무하며, 하루 평균 파나메라 160대~180대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SUV 마칸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생산량은 총 600대에 달한다. 공장 내 무거운 차체를 나르거나 차량에 색을 입히는 도장작업 등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운 작업은 1000대에 이르는 최점단 로봇이 지원하고, 나머지 과정은 대부분 작업자를 통한 수작업 조립으로 이뤄진다.
이는 차체만 같은 뿐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에서 배기관, 바퀴 휠, 시트 색상과 바느질까지 수백여개의 옵션을 제공해 고객 맞춤형 차량을 생산하는 포르쉐의 인디비주얼 오더(Indivisual order) 방식 때문이다. 고객 요구가 각기 다른 만큼 똑같은 차량을 찍어내듯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파나메라 어셈블리 라인에서 구동계를 얹은 차체가 들어서고 난 뒤 각종 부품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동일한 인테리어 차량을 찾기 어려웠다. 포르쉐 신차를 계약한 이후 차를 인도받기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직접 절감한 순간이었다.
라이프치히 공장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포르쉐가 의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곳이다. 100% 재생 에너지 전기로만 운영한다. 자체 태양광 설비만으로도 연간 최대 5000MWh(메가와트시) 전기를 제공한다. 공장에 있는 탄소 중립 생물자원 발전소는 도장 작업에 필요한 열에너지 중 80%를 책임진다. 또한 공장 외부에 자연상태의 농장을 구축해 암소 75 마리, 엑스무어 조랑말 25마리를 키우고 있고, 꿀벌 300만 마리 등이 살 수 있는 서식지를 만들어 자연과 공존하는 공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포르쉐 관계자는 “라이프치히 공장은 전기 생산과 사용 등 균형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미 탄소 중립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머지않아 제로 임팩트 팩토리(Zero Impact Factory)를 실현해 생태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생산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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