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버전 인생, 그것은 옳았을까[책과 삶]
4 3 2 1(전 2권)
폴 오스터 지음 | 김현우 옮김 | 열린책들
808쪽·744쪽 | 각 2만2000원
아치 퍼거슨은 1947년 3월3일 새벽 2시7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이름은 로즈이고, 아버지 이름은 스탠리다. 퍼거슨은 글쓰기와 스포츠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자랐고 사촌 에이미와 비밀스러운 사랑도 키운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우연으로 이뤄진다.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신작 <4 3 2 1>은 주인공 퍼거슨의 삶을 ‘평행우주’처럼 네 가지 버전으로 그린다. 그의 출생 전부터 20대 청년기까지 전기(傳記) 수준으로 꼼꼼하게 묘사한다. 아버지와 연을 끊는 퍼거슨, 학교 수업을 빼먹고 영화를 보는 퍼거슨, 에이미와 사귀는 퍼거슨, 지역 신문사에 스포츠 기사를 쓰는 퍼거슨의 삶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퍼거슨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케네디 대통령 암살, 흑인 민권운동, 베트남 전쟁 등의 현대사를 통과한다.
삶은 선택과 우연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함을 견디는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든 뭔가를 선택하면서 선택하지 않은 뭔가를 몽땅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은 옳았을까. 폴 오스터는 퍼거슨의 입을 빌려 말한다.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그 모든 사실을 알았어야 하는데, 그 모든 사실을 알 방법은 두 곳에 동시에 있는 것밖에 없고―그건 불가능하잖아.” 다만 어떤 삶을 살아도 변하지 않고 확실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퍼거슨들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지만 모두 ‘글쓰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4 3 2 1>은 폴 오스터가 7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한국어판 두 권을 합하면 1552쪽에 달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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