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거나 악하거나… ‘팬덤의 명암’ 조명
21세기 변화의 중심엔 ‘팬덤’ 자리
고립된 개인에 소속감 ‘선한 영향력’
트럼프 지지층, 美 의사당 습격 등
집단 경계 강화 땐 편견·갈등 초래
팬덤의 시대/마이클 본드/강동혁 옮김/어크로스/1만8000원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의 최종 당선으로 끝난 아르헨티나 대선 직전 해외 언론들은 방탄소년단(BTS)과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즉,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자유전진당)가 당선되려면 분노한 테일러 스위프트와 BTS 팬덤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오락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현실을 경험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팬덤에 합류한다. 종교를 믿고 정당을 지지하며 군대에 자원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공통된 가치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첫째는 다른 집단과 구별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기 집단만의 고유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스포츠팬들이 유니폼을 입는 것도 이런 이유다. 두 번째로는 지위를 추구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최대한 성공하거나 명성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별과 지위에 대한 욕구는 외부인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집단이 자신의 자격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집단을 쓰러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최소집단 실험에서 집단의 경계가 정의되는 순간 편견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편견은 차별과 증오, 갈등을 가져온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에게 자행한 홀로코스트(대학살)도 구별과 지위를 추구한 집단의 속성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모든 콜럼바이너가 잠재적 범죄자나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페이스북, 레딧, 텀블러에 올린 글에서 이들은 또래에게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로 인해 삶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설명한다. 총기 난사범들을 자신과 같은 피해자로 여기며 공감하는 것이다.
팬덤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지만, 고립된 개인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유대인 중 이전 수용소에서 같이 지내던 동료 수감자들과 함께 온 사람들의 사망률이 적어도 20%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정치조직에 소속된 고문 피해자는 정치적 소속이 없는 피해자보다 심리적 문제를 적게 경험하며, 군인이 민간인보다 포로 생활을 잘 견딘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집단의 치유 효과를 ‘사회적 치료(Social cure)’라고 부른다. 총 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건강연구 148건을 검토한 결과 흡연, 운동, 식단 등의 요인보다 사회적 연결이 개인의 건강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팬덤은 진보와 퇴보를 동시에 부르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하지만 저자는 10대 시절 열렬히 좋아하는 록밴드가 있었는데도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후회된다며 다음 기회가 온다면 “올인”하겠다고 말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