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리나… 1라운드 4승2패 고공행진 했던 정관장, 2라운드 5전 전패 수렁

남정훈 2023. 11. 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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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까. 아시아쿼터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와티(등록명 메가), 아웃사이드 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쌍포를 앞세워 1라운드를 4승2패라는 호성적으로 마쳤던 정관장이 2라운드 들어 5전 전패를 당했다.

정관장은 24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1-3(19-25 26-28 25-23 22-25)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5연패를 당한 정관장은 승점 13(4승7패)에 그대로 머물렀다. 반면 승점 3을 추가한 IBK기업은행은 승점 14(5승6패)로 정관장과 도로공사(승점 12, 3승7패)를 제치고 단숨에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경기 전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은 연패로 인해 침체에 빠진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질책보다는 ‘당근’으로 자신감을 북돋아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1라운드 MVP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공격효율이 많이 떨어진 메가와는 태국음식을 먹으며 배구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은 채 멘탈 케어에 힘썼다. 리시브 효율이 하락한 리베로 노란에게도 “너무 넓은 범위를 커버하려고 하지마라. 네 것만 해라. 너는 충분히 능력있는 리베로다”라고 말해줬다. 선수들이 연달아 지는 것을 지켜보며 할 말은 태산 같이 많았지만, 호된 질책이 오히려 선수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마음에 상처까지 줄 수 있다는 마음에 나온 고 감독의 배려였다.

그러나 고 감독의 배려도 승리를 가져올 순 없었다.

1세트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진 메가는 3점을 올리긴 했지만, 범실도 3개였다. 특히 오픈 상황에서의 백어택은 여지없이 상대 수비에게 걷어올려지거나 코트 밖으로 벗어났다. 주공격수의 부진 속에 범실도 1세트에만 7개를 범했다. IBK기업은행(3개)에 비해 4개나 많았다.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세트 들어 지아의 공격 점유율을 1세트에 비해 20% 이상 끌어올렸다. 지아와 메가의 양날개의 공격이 터지면서 접전으로 치러졌다. 지아와 메가는 2세트에만 각각 10점, 7점을 냈다. 메가의 백어택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고희진 감독의 판단 아래 메가는 전위 공격을 위주로 때리면서 공격리듬을 되찾았다. 대신 지아의 파이프(중앙 후위공격)을 새로운 옵션으로 추가하며 상대 블로커들에게 혼란을 줬다.
IBK기업은행도 2세트에 아베크롬비가 혼자 11점을 터뜨렸고, 가운데의 최정민도 분전하면서 24-24로 팽팽히 맞서면서 듀스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관장은 IBK기업은행의 최정민이 엔드라인을 보고 길게 때린 플로터 서브에 연달아 리시브가 흔들렸다. 첫 번째 서브엔 이소영의 리시브가 그대로 IBK기업은행 코트로 넘어가 황민경의 오픈 공격이 성공됐고, 두 번째 서브에도 흔들린 리시브를 지아가 연타로 때린 공이 엔드라인을 벗어나며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정관장은 3세트 초반엔 힘을 내며 6-1로 크게 달아났다. 그러나 상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했고, IBK기업은행의 끈질긴 수비에 이은 반격으로 결국 세트 중반 17-17 동점이 됐다. 이어 한 점씩을 주고 받은 18-18에서 긴 랠리 끝에 지아의 오픈 공격이 신장 173cm의 단신 세터인 폰푼에게 가로막히면서 18-19 역전을 허용했다.

기세가 IBK기업은행으로 넘어간 것 같은 상황에서 메가와 지아의 쌍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표승주의 오픈 공격을 메가가 블로킹해내며 20-19 역전에 성공한 뒤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하며 24점에 먼저 도달한 정관장은 지아가 중앙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4세트로 끌고 갔다.
3세트를 따낸 기세를 이어가야 했지만, 정관장은 그러지 못했다. 메가와 지아의 공격은 4세트에도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연결이었다. 상대 공격을 애써 받아놓고도 메가나 지아에게 올려주는 공이 매끄럽지 않은 장면이 4세트에만 여러 차례 노출됐다. 결국 메가나 지아는 연타나 넘기기에 급급해야 했고, IBK기업은행의 폰푼은 이렇게 넘어온 공을 아베크롬비를 위주로 주면서 상대 블로커가 몰리면 가운데에 오픈성 개인 시간차를 띄워놓거나 황민경이나 표승주를 활용했다. 연결이라는 기본 동작에 밀리면서 정관장은 4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뒤 고희진 감독은 “연패 중이라서 그런지 참 힘드네요”라고 입을 뗀 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린다. 감독으로서 드릴 말씀이 별로 없는 경기다”라고 총평을 했다. 이어 “선수들이 공에 겁을 내는 모습도 나오더라. 안타깝다. 다시 준비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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