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영광 ‘싹’ 지우고…SSG 어디로 가나

1년 만에 ‘챔피언 감독’ 전격 경질
신임 감독·코치진 선임에도 잡음
안이한 대처, 레전드 김강민 잃어
이해 못할 행보에 선수들 뒤숭숭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 SSG 레전드 김강민. 정지윤 선임기자

SK를 인수해 재창단한 SSG는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KBO리그에서 역대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역사를 쓰며 정상의 자리에 섰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SSG는 완전 다른 분위기의 팀이 됐다.

SSG는 올해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NC에 무기력하게 3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를 짧게 끝냈다. 그리고 맞은 스토브리그에서 SSG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시작은 통합 우승 사령탑인 김원형 감독과의 작별이었다. SSG가 지난달 31일 김 감독을 전격 경질하자, 구단의 행보에 물음표가 찍혔다.

지난 시즌 우승과 함께 계약금 7억원, 연봉 5억원 등 현역 감독 최고의 대우로 3년 연장 재계약을 한 김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구단 운영 혁신’과 ‘세대교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작스러운 감독 공석으로 후속 인사도 매끄럽지 못하다. LG와 KT의 한국시리즈 도중 이호준 LG 타격코치가 SSG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 내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 직후 SSG 구단의 면접을 본 것으로 확인됐지만, SSG의 최종 선택은 이숭용 감독이었다.

코치 인선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다. 감독 선임에 앞서 2군 코치진을 개편하면서 NC에서 코치 연수를 받던 손시헌 코치에게 2군 지휘봉을 맡겼다. 손 감독은 미국에서 연수를 받던 중 SSG 2군 감독의 제안을 받았다. 지원금을 반환했다고는 하지만 NC로서는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SSG는 일본 연수를 떠났던 배영수 롯데 코치를 투수 코치로 영입했다. 코칭스태프 구성이 모두 끝난 키움에서 송신영, 강병식 등도 데려왔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베테랑 김강민이 한화에 지명되면서 팬심까지 돌아섰다. 김강민이 구단과 은퇴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던 상황이긴 했지만, 2차 드래프트 이적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한 SSG의 안이한 자세에 팬들의 비판 목소리도 크다. 김강민은 24일 결국 한화에서 현역 선수 연장 뜻을 밝히며 이적이 확정됐다.

한화가 김강민을 설득해 전력에 넣고, 롯데가 전준우와 4년 FA 계약을 맺는 등 베테랑들을 전력 재편의 축으로 삼는 타 팀들과는 다른 오프시즌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SSG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인 투수 김광현은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되자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고참선수 한유섬도 “이게 맞는 건가요”라며 씁쓸해했다.

또 2021년 말 5년 최대 65억원의 다년계약을 맺은 투수 박종훈도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SSG가 어떤 기조로 팀을 운영하는지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 기대감이 높아야 할 SSG의 새 시즌 준비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