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 “일 잡고, 일 내자”
항저우서 한·일전 연패 굴욕 끊고
프랑스와 친선전 승리 ‘사기충천’
지난 대회 패배 되갚아줄지 주목
일, 최근 아르헨 대파 ‘기세등등’
이강인의 합류 가능성 낮아 고민
한국축구 역사상 손꼽히는 공격수 중 하나인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에서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4차례의 한·일전에서 매 경기 득점하며 통산 5골을 넣었는데, 4경기 모두 승리로 이끈 결승골을 기록했다. 폭우 속에 펼쳐진 1998년 서울 친선경기(2-1 승)에서 기록한 발리슛은 아직도 한·일전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추억된다.
사령탑으로서도 ‘일본전 킬러’ 명성을 이었다. 황 감독은 지난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2021년 3월부터 각 급 대표팀이 굴욕적으로 당한 한·일전 0-3, 5연패를 끊은 승리였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목표로 하는 황선홍호가 2024 파리 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첫 여정인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다시 숙적 일본과 마주한다.
한국은 지난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U-23 아시안컵 조 추첨식에서 일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국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개최국 카타르와 지난 대회 1~3위 팀인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일본이 포트 1에 배정되고 한국이 포트 2로 밀려나면서 쉽지 않은 조 편성을 받아들었다.
결국 일본전이 조 1위 결정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 감독은 자신만만하다. U-22 대표팀은 지난 21일 프랑스와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3-0 완승을 하며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수비진은 탄탄했고, 정상빈(미네소타)을 필두로 한 공격진은 빠르고 결정력이 좋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일찌감치 파리 올림픽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온 일본은 지난 18일 아르헨티나와의 친선경기에서 골 잔치를 벌이며 5-2로 승리했다.
앞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성사된 한·일전에서는 한국이 승리했다.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 등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를 총동원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경험이 적은 U-22 대표팀을 내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일본과의 U-23 아시안컵 8강에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홍현석(헨트), 조영욱(서울) 등을 내보내고도 일본의 U-21 대표팀에 0-3으로 져 자존심을 구긴 기억이 있다.
황선홍호에는 설욕의 기회다. 이강인의 합류 가능성도 주목된다. 대표팀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인 데다, 대회 기간이 프랑스 리그1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기(내년 4월15일~5월3일)인 만큼 PSG가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황 감독은 가능성을 지우지 않고 있다. 조직력 다지기도 숙제다. 황 감독은 조 추첨 후 “비교적 어려운 조에 속했다”면서 “앞으로 소집 훈련을 두 번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 뒤 조 1·2위 팀이 8강에 진출,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대회 3위까지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4위로 떨어지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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