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함께 치료해드려요

김태훈 기자 2023. 11. 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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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국내 첫 ‘통합 보살핌 병실’ 운영
행동조절 어려운 내과 질환자 대상…내과·정신건강의학과 협력 진료
자해·폭력 등 사고 신속 대처…“폐쇄병동 내 치료 제약 등 한계 극복”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가운데)와 입원내과 조은빈 교수(왼쪽)가 내과·정신건강의학과 통합 케어 병실(MPU)에 입원한 환자를 회진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학교병원이 국내 최초로 ‘내과·정신건강의학과 통합 보살핌 병실(MPU·Medical Psychiatry Unit)’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 이 병동에선 ‘토털케어’를 제공한다. 일반병원 병실에서 치료하기에는 어려운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치료하기에는 또 내·외과적 질환이 중한 환자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중앙대병원에선 권정택 병원장과 주요 보직자들이 통합 케어 병실(MPU) 운영에 앞서 다양한 자문과 협력을 받는 등 기반을 다지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 6월에는 통합 케어 병실을 활발하게 운영 중인 미국 로체스터대학병원의 호창 리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국제 MPU 컨소시엄 위원장인 마샤 위틴크 교수를 초청해 통합 케어 병실을 운영한 경험과 그 의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병원은 이후 3개월간 통합 케어 병실을 운영하기 위한 면밀한 기획과 준비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병동을 열었다.

통합 케어 병실은 입원 내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입원 전담의가 주치의로서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전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치의와의 협의를 통해 환자의 정신 및 행동 문제를 살피고 치료한다. 입원 대상은 내과적 측면에서 신체 건강에 문제가 있고, 이와 함께 정신건강의 문제 또한 동반하고 있는 환자다.

구체적으로는 급성 약물 중독, 약물 금단 증후군이 있는 환자를 비롯해, 자가면역·내분비 질환 때문에 급성 신경정신 증상까지 함께 동반된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또 내과 환자 중 앓고 있는 질병이나 병원 환경에 대한 외상성 반응으로 급성 섬망, 뇌병증 및 동요가 있는 환자 등도 포함된다. 본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 중에선 항생제 및 중점적 의료 모니터링이 필요한 급성 감염 환자와 급성 신기능 부전이나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동반된 환자 등이 입원할 수 있다.

통합 케어 병실 입원 환자는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일대일로 배정받는다. 매일 회진에서 정신과적 문제에 대해 상담할 수 있고, 야간·휴일에도 최우선 연락을 통해 즉각 상담과 조치가 가능하다. 병원도 통합 케어 병실을 운영함으로써 병원에서의 자살, 자해, 폭력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중증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이 동반된 환자를 동시 진료할 수 있어 복잡하게 나타나는 증상과 원인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외과 병동에서 급성기 내과 질환이 있거나 수술·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조증, 정신증이 발병하면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대병원 통합 케어 병실 전담 전문의인 김선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병원의 병동 시스템상 이런 환자에 대해선 행동조절이 어려워 치료가 미뤄지거나 심하면 자살·자해·폭력 사고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폐쇄병동에선 내과적 상태를 지켜보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고, 현재의 협진 시스템도 한계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통합 케어 병실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합 케어 병실은 이미 미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 종합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연구에선 기존의 통상적인 입원 병동과 비교해 환자의 재원 기간과 재입원 비율은 줄이고, 시설이 아니라 자택으로 퇴원하는 비율은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선미 교수는 “국내 최초로 통합 케어 병실을 운영함으로써 신체 및 정신 질환을 동반한 중증 환자들이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인 안전한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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