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자신있다" 방출 요청한 이재원, "행복한 기억 많지만...선수들 고맙고 프런트에 미안하다" [오!쎈 인터뷰]
[OSEN=홍지수 기자] SSG 랜더스 베테랑 포수 이재원(35)이 정든 팀을 떠난다. 구단에 직접 방출을 요청했고 새 팀을 찾는다. 그가 팀을 떠난다는 소식에 옛 동료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은퇴한 옛 동료 투수로 야구 아카데미에서 투수 코치로 활동 중인 정영일은 24일 개인 SNS를 통해 이재원을 향해 “형 덕분에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공 받아줘서 영광이었다. 항상 고마웠다”고 글을 올렸다.
이재원은 OSEN과 통화에서 “최근 구단에 방출을 해달라고 직접 요청을 했다”면서 “단장님을 만나 인사를 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8년 동안 함께 한 프런트에게 미안하다. 동료 선수들에게는 고맙다. 좋은 팀에서 뛰었다. 우승도 많이 했고, 주축 선수로 행복한 기억이 많다. 여기서 은퇴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몸 상태는 좋다. 그래서 더 해보려고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지난 22일에는 KBO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됐다. SSG에서 내야수 최주환과 최항, 투수 조성훈, 외야수 김강민이 35인 보호 선수에 묶이지 않아 다른 팀의 지명을 받았다.
최주환과 조성훈은 키움 히어로즈, 최항은 롯데 자이언츠, 김강민은 한화 이글스 지명을 받았다. 타 구단 지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보호 선수로 묶이지 않았던 이재원도 새 팀을 찾기로 결심했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부터 현역 연장 의지를 갖고 새 팀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정든 팀을 떠나는 것도, 그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다 보답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게 그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새 팀에서 좀 더 야구를 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그의 의지다. 은퇴 후 해설과 아카데미 코치, 야구 글러브 사업 중인 윤희상은 개인 SNS를 통해 “부담감 훌훌 털어버리고 마지막 불꽃 활활 타오르길”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천고 출신의 이재원은 지난 2006년 SSG 전신인 SK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타격과 수비 모두 고교 선수 중 가장 능력이 좋은 포수로 평가받았다. 많은 기대를 모았고 신인이던 첫해 23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 4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에는 66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3홈런 21타점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7년, 2008년에는 SK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며 통합 우승을 이뤘다. 이재원은 SK 왕조 시절의 주역이다. 박경완, 정상호 등 주전급 포수가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음에도 이재원은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2009년에는 SK가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패했지만 2010년 다시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거뒀다. 이재원은 2009년 24경기에서 타율 3할4푼4리, 2010년 54경기에서 타율 2할5푼7리를 기록했다.
이재원은 2014년부터 주전 포수 노릇을 했다. 그해 120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12홈런 83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공격형 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동료 투수들의 믿음도 쌓았다. 2015년 140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에 17홈런 100타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8시즌에는 주장을 맡아 주전 포수로 팀을 잘 이끌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중 한 명으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좌완 김태훈은 “내가 마운드에서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라며 “마지막까지 내 공을 받아줘서 고마웠다. 항상 응원한다”고 전했다.
이재원은 2018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4년 69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FA 계약 후 첫해, 2019년에는 139경기에서 타율 2할6푼8리 12홈런 75타점으로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장타 생산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2021년 107경기에서 타율 2할8푼으로 반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2022시즌 부침을 겪었다. 이재원은 2022시즌 종료 부터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동료 선수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특히 투수들이 많이 의지하는 포수다. 정영일과 김태훈은 “우리 투수들은 다 알고 있다. 이재원이라는 포수는 얼마나 투수들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해주는지 안다. 그리고 재원이 형 송구가 약하다고 하는데, 그건 투수들의 템포 문제였다. 포수 이재원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은퇴 선수, 현역 선수 가리지 않고 이재원과 배터리를 이뤄본 투수라면 이재원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 포수인지 알고 있다. 비시즌 기간에도 성실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다. 영리하고 리더십도 있어 안방 안정감이 필요한 팀이라면 이재원은 매력적인 카드다. /knightjisu@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