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위’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지난 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로 창립 22돌을 맞았다. ‘인권보호 확대를 통해 민주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기구로 출범한 인권위는 그간 분야별 인권상황 실태조사 9000건, 인권침해·차별행위 진정 17만건을 처리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권고·의견표명으로 한국 사회의 인권 신장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들어온 부적절한 인사들의 막말과 전횡으로 내부 분란과 갈등이 커졌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지난해 10월 임명된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5월 ‘군 신병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를 논의하면서 “게이(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고 막말을 했다. 6월 전원위원회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피해자들이 부주의”해 일어났다고 해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 상임위원이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네트워크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항의서한을 보내는 소동도 빚어졌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1소위는 8월1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수요시위에 대한 경찰 방해를 막아달라는 정의기억연대의 진정을 소위 위원장인 김용원 상임위원이 기각하면서 활동이 중단된 것이다. ‘기각 근거가 없다’는 내부 권고에도 김 상임위원은 ‘소위원회 개최 중단’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월 임명된 김 상임위원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징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병원 진료를 이유로 불참하며 회의를 무산시켰다. 김 상임위원의 ‘직무유기’로 소위에 쌓인 안건은 지난 20일 현재 270여건이라고 한다.
인권위원의 자격에 어울리지 않는 상임위원들의 전횡을 이대로 좌시하면 인권위는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는, 의미 없는 기관”(지난 16일 ‘인권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발언)이 될 수밖에 없다. ‘후퇴’와 ‘역주행’으로 존재 의의조차 퇴색하고 있는 인권위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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