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혁신위, '중진희생론' 두고 신경전…다음주 갈등 분수령되나
'중진희생론'을 둘러 싸고 국민의힘 혁신위위원회와 김기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당 내 대립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혁신위가 다음주 중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골자로 하는 2호 혁신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고하면서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험지 출마 권고와는 배치되는 지역구 행보를 보이며 '희생론'에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공석이던 최고위원 자리에 김 대표와 가까운 TK(대구 경북) 지역 재선의 김석기 의원이 선출됐고 의원총회에서는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나왔다.
김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정 보고회와 관련해 "울산은 내 지역구고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게 왜 화제가 되나"고 답했다. 그는 혁신위가 사실상 본인을 겨냥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최고위원회에 의결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에 대해 "혁신위가 그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고 다음주 최고위에 안건이 올라오기 전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도 "좋은 의견들을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당 내 분위기는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 대표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거취에 대한 용단을 내릴 경우 당 공천을 총괄하는 당대표로서 장악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전국위원회는 김 대표 TK에 지역구를 둔 김석기 의원이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지도부에 입성하며 김기현 지도부 완전체를 형성했다. 여기에 전날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이용 의원이 "비대위 체제 전환은 없고 김기현 체제로 하나로 가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김 대표 체제의 총선 전략에 힘을 실었다.
전날 4시간가량 진행된 혁신위 전체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 험지 출마 불출마 권고안을 언제쯤 정식 안건으로 지도부에 보낼지를 두고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이 '혁신위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발언을 했고 이에 반발한 비 정치인 출신들이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와 관련해 한 혁신위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통화에서 "전날 회의 안에서 반대 찬성 오가고 다른 날에 비해 좀 (지도부에 대해) 강하게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라며 "사퇴설이 나온 혁신위원들은 3주면 (시간은) 많이 준 거 아니냐 한번 더 압박을 주자는 의견이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12년, 16년을 지역구를 닦은 사람들한테 3주 안에 결정을 하라는 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지 않냐, 시간을 더 주자는 쪽 의견이 더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논란이 된 김경진 대변인의 '시간끌기용'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 위원회가 지도부 시간끌기용이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었다"며 "의결을 이번주에 하느냐 다음주에 하느냐를 두고 혁신위가 기간이 한정돼 있으니 (의결을 미루면) 시간끌기 밖에 안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외부로 전해지자 혁신위는 국민의힘 공보실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위원장이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했다"고 알렸다.
한편 인요한 위원장이 전날 당 지도부·친윤·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불출마 등을 다음 주 중 당에 정식으로 요구하겠다고 예고하며 다음 주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앞서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등의 희생을 정식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강력 권고'만 해 둔 상황이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우리가 일한 만큼 돌아오는 표현에 성의가 없었다.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다음 주 목요일 회의에서는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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