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전국 투어하며 총선 리허설?

조미덥 기자 2023. 11. 24. 17: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강욱의 “It’s Democracy, stupid” 비꼬아
울산에서 “선각자 정주영, 충청도 출신” 강조
민주당 “한 장관 발언 가관…공무원법 위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이상균 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3년 울산 백사장에 조선소를 지은 정주영 회장 같은 선각자의 용기, 그 용기를 알아보고 지원한 정부, 무엇보다 울산에서 젊음을 바치며 일해 가족을 부양한 울산시민들과 울산을 거쳐 간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지난 17일 대구, 21일 대전에 이어 일주일 사이 정책현장 방문만 3곳째였다. 한 장관은 가는 도시마다 시민의 환심을 사는 발언과 정치 참여를 준비하는 듯한 언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현직 법무부 장관이 전국을 투어하며 총선 리허설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에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장관은 이날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업에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들고 울산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확대 등 인력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대한민국에 잘 적응하는 외국인 위주로 인센티브를 도입해 장기적으로 함께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자신의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팩을 메고 취재진 앞에 선 한 장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3년 울산 조선소 공사를 위해 지프 몰고 가다 울산 바다에 추락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화를 언급하며 “정주영 같은 선각자의 용기”와 “젊음을 바친 울산 시민들”을 추켜세웠다.

그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설치는 암컷’과 같은 표현을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취지로 글(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을 남긴 데 대해 “인종·여성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

한 장관은 “말이 빨라 죄송하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서울 살면서 말이 빨라진 거지 전에 지방(에) 살 때는 충청도 살면서 사투리 느리게 썼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강원 춘천 출마 권유에 불쾌하게 반응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렇게 말하기엔 춘천이 너무 멋진 곳 아니냐”고 답했다. 한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서도 “태어난 곳은 춘천이고 어릴 적 자란 곳은 청주”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청주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재학하다 서울로 전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버지 고향이 충남 논산임을 부각해 ‘충청의 아들’을 강조했듯이 한 장관이 정치 입문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 기반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출마 지역으로 춘천이나 청주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장관의 전국 투어 행보는 지난 17일 시작됐다. 그는 대구를 찾아 “6·25 전쟁에서 단 한번도 대구를 내주지 않고, 산업화를 시작한 대구시민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기차 시간을 3시간 미루며 대구 시민들과 사진을 찍었다. 지난 21일 대전에선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과 희망이 된 곳”이라고 했다. “여의도 300명만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정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교정시설을 제외한 정책현장 방문이 기존에 두 달에 한 번 꼴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의 한 장관 행보는 이례적이다. 한 장관은 이날 “오히려 전임 장관(박범계 민주당 의원)에 비해 현장 방문을 너무 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능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추진을 겨냥해 정치 참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YTN라디오에서 “저 때문에 일찍 등판한 거면 너무 등판이 빨랐다”며 “정치를 하려면 본인의 일정을 따라가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민주당에서는 장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한 장관의 발언이 가관”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대구에서 기차 시간 연장하면서 사진 찍는데 그것은 장관, 국무위원이 할 일이 아니다”며 “공무원이 사전선거운동하는 것이다.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