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모으는 김기현 체제 vs 최후 통첩 혁신위… 與 쇄신 암운

민영빈 기자 2023. 11.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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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없다”… 진열 재정비 들어간 金 대표 지도부 체제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아닌 안건으로 의결… ‘사의 표명설’은 일단락
전문가들 “국민 눈엔 당 잡음·내홍으로밖에 안 보여… 쇄신 가능성 낮아져”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감정싸움이 내홍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 체제로 진열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혁신위가 앞으로 일주일 내로 권고안에 대해 결단하지 않으면 ‘안건’으로 의결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혁신위원들의 ‘사의 표명설’까지 불거지자, 당 쇄신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합심해도 될까 말까 한 혁신을 놓고 잡음과 내분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일부 위원들의 ‘사의 표명설’ 진화에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공지를 통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늘(24일)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 바,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제기된 혁신위 사의 표명을 전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앞서 전날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에 ‘일주일’이라는 ‘데드라인(기한 마감일)’을 설정했다. 이들은 이후 토의를 거친 뒤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송부하기로 했다. ‘권고’보다 강력한 형태인 ‘안건’으로 최고위원회에 의결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한 것이다. 김 대표가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의 안건 의결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혁신위원들은 ‘혁신위가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권고안을 의결해 ‘혁신안’으로 바꾸자는 혁신위의 결정에 ‘권고 대상자들에게 결정권을 넘기자’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비정치인은 모르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있다’며 의견이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당 논란은 혁신위의 문자 공지를 통해 우선 일단락됐다. 다만 당 혁신위 내부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한동안 혁신위 내홍에 당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강화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인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 의원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만큼, 이번 발언에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한동안 공석이었던 최고위원도 선출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을 뽑아.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현재 지역구인 ‘울산 재출마설’에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5선인 주호영 의원과 친윤인 장제원·권성동 의원도 “서울에 가지 않는다”며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 외 중진·친윤 의원들은 침묵으로 혁신위의 권고안에 입장을 대신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떠나는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당 혁신위 안팎으로 내홍 암운이 감지된 만큼, 당 쇄신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혁신위원들조차 당 쇄신을 위해 한뜻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에 이어,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권고안 의결을 달가워하지 않는 탓이다. 여기에 수용되지 않는 당 혁신안에 실망·허탈감을 느끼는 위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앞으로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만큼은 할 수 없으니 중진·친윤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운명공동체’가 된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 등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결국 혁신위는 ‘정치 쇼’에 불과했고 ‘친윤 공천’을 완성하는 게 목표일 것”이라며 “혁신안 1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공관위로 넘기는 추세다. 앞으로 혁신안을 제시해도 바뀌지 않는 당의 태도에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혁신위는 당 공식 기구다. 혁신위에서 불거진 내홍 혹은 집단 사의 등은 국민들 눈엔 모두 당 차원에서 내분이나 잡음으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정치인들도 혁신위원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정치적 경험은 없어도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를 당에 허심탄회하게 전달하기에는 제격인 셈”이라면서도 “지금 드러난 건 혁신위원들이 혁신안 미수용에 대한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나 의견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지도부가 받아들이는 최소한의 혁신안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혁신위도 입장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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