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누가 될까… “500억 이상 차이 나면 가격으로 판가름”

노자운 기자 2023. 11. 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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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현대부산신항만(HPNT)에 정박해 있는 '알헤시라스호'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물량 작업을 하고 있다. /HMM 제공

HMM 인수전이 결국 동원그룹 대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6조원대 초중반의 가격을 적어 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누가 승기를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한쪽이 5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써냈다면 다른 평가지표와 무관하게 해당 후보가 HMM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업계에서는 둘 중 어느 후보가 낙찰되더라도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운업의 다운사이클을 견뎌가며 막대한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양쪽 모두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금융사에서 차입으로 조달하는데, 연 이자만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동원·하림 모두 6조원대… 산은, 전환 물량 고려해 눈높이 낮춘 듯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마감된 HMM 매각 본입찰에 동원그룹, 하림·JKL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30~3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은 매각 예정가격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도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두세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정가격이 6조원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산은이 본입찰 종료 직후 “유효경쟁이 성립했으며,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효경쟁이 성립했다는 건 복수의 입찰자가 참여했고 그중 최소한 한 곳은 매각 예정가격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은은 당초 HMM의 현 시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8조원대 가격을 예정가격으로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으나, 결국 유찰을 피하기 위해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11조원 수준이다. 시총을 토대로 이번에 매각되는 경영권 지분(57.9%) 가격을 계산하면 약 6조3000억~6조4000억원이 나온다. 산은의 매각 예정가격이 원매자들의 희망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물량, 그리고 업황까지 감안해 예정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은 매각 후 3억3400만주의 추가 상장이 예정돼 있다. 아직 우협 대상자와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산은과 2대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유 중인 영구채 1조6800억원어치를 내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해당 물량이 모두 추가 상장한다면 HMM 인수 후보자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두 후보가 적어낸 가격 차가 약 500억원 이상이라면, 더 높은 값을 제시한 쪽이 HMM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100억원, 200억원 차이라면 정성평가로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계약법에 따른 입찰에서는 가격을 이길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승자, 다운사이클 견디며 연 수천억 이자 내야”

업계에서는 일단 유찰을 피한 것만으로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동시에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HMM에 아무리 현금이 10조원 넘게 있다고 해도, 9년간 적자만 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야 흑자를 낸 기업에 고금리로 풀 베팅을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며 “특히 컨테이너선 업황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현재 컨테이너선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대는 2770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로, 역사상 최대치다. 여기에 인도 예정 컨테이너선도 780만TEU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해운 분석 업체와 컨테이너선사들은 2024년 컨테이너 수요가 올해보다 1% 안팎 늘어나는 동안 공급은 최대 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승자가 감당해야 할 인수금융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두 후보는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을 꾸린 상태다. 동원그룹은 하나은행을 필두로 한국투자증권 등을 지원군으로 끌어들였다. 하림그룹 컨소시엄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주단으로 확보했다. 두 후보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에서 대출 한도는 3조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LTV가 인수대금의 50% 정도였다.

둘 중 한쪽이 우협으로 선정되고 다른 한쪽이 낙마한다면, 인수금융 기관들은 대부분 승자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M&A 시장에서 이 정도 크기의 ‘빅딜’을 찾아보기 힘든 만큼, 인수금융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승자 입장에서 인수금융 규모를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 후보들과 대주단이 협의한 선순위 대출 금리는 8%대로 알려졌다. 3조원을 5년 만기로 빌려 원금을 일시 상환한다는 가정하에, HMM의 새 주인은 매달 200억원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산은은 HMM 인수 후 연간 배당 한도를 5000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후보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후 새 대주주가 HMM의 현금을 과도하게 빼가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지분율을 고려하면, 새 주인의 배당금은 약 2900억원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이는 현재 HMM의 배당률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HMM의 올해 배당금 총액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지분 57.9%에 대한 배당금은 약 34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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