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RPG "명작은 결말을 알아도 다시 찾는다"

최은상 기자 2023. 11. 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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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충실한 고전 명작의 리메이크 게임으로 한 번은 꼭 해볼 만한 게임

명작(名作),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잘 만든 작품을 뜻하는 단어다. 인기를 끌었다고 다 명작은 아니다. 작품성을 함께 인정받아야 한다.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게임도 명작이 있다. 나온지 2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게임으로 칭찬받는 게임들 말이다. 대부분의 RPG 게임 시스템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무방한 '던전앤드래곤'이나, 핵앤슬래시의 교과서로 불리는 '디아블로2' 등이 대표적이다. 

고전 RPG에도 명작이 있다. 닌텐도와 스퀘어에닉스가 공동 개발한 '슈퍼 마리오 RPG'다. 시리즈 특유의 액션성과 턴제 전투를 결합하며 1996년 출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명작이다.

-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슈퍼 마리오 RPG 리메이크 

슈퍼 마리오 RPG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액션 커맨드'를 도입, 턴제 전투와 실시간 요소를 결합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훗날 액션 커맨드는 '마리오&루이지' 시리즈 외 다양한 SRPG에 영향을 줬다. 최신 게임 중에서는 올해 인디게임 GOTY 후보에 오른 '씨 오브 스타즈'가 있다.

닌텐도는 지난 17일 '슈퍼 마리오 RPG 리메이크'를 출시했다. 원작에 굉장히 충실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불후의 명작을 깔끔한 그래픽으로 다시 즐길 수 있다. 원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시스템도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이라 가볍게 즐기기 좋다. 모험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숨겨진 요소나 기믹도 많다. 기자처럼 원작을 경험해 본 유저들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명작은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드니까.

다만, 풀 프라이스 가격 대비 볼륨이 작은 문제가 있다. 가성비가 안 좋다. 6만4800원이란 비싼 가격인데 추가 콘텐츠는 없고, 노말 난이도 1회차 플레이 타임이 평균 10~15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장르 : ARPG
출시일 : 2023년 11월 17일
개발사 : 닌텐도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 액션 커맨드, 슈퍼 마리오 RPG의 아이덴티티 

- 액션 커맨드를 사용해 전투의 이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슈퍼 마리오 RPG의 골자다 

슈퍼 마리오 RPG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은 액션 커맨드다.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거나 버튼을 연타하는 것으로 피해를 더 주거나 덜 받는 구조다. 턴제 게임에 실시간 요소를 결합한 시스템이다.

같은 난이도라도 액션 커맨드 성공 유무에 따라 체감이 크게 엇갈린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공격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덕분에 턴제인데도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다채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액션 커맨드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턴제 전투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주지만, 그 정도가 과하면 여타 실시간 게임보다 훨씬 피곤해진다. 동일 시스템을 채용한 씨 오브 스타즈는 훌륭한 게임성을 가졌지만, 피로도 문제를 피해가진 못했다.

다행히 슈퍼 마리오 RPG는 딱 적정한 수준이다. 피로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은 게임과 어떤 점이 달라서 그럴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맵이 바뀌면 알아서 적용되는 '자동 저장' 기능, 그리고 액션 커맨드 가이드다. 

- 합체기는 슈퍼 마리오 RPG 리메이크만의 시스템이다 

별 것 아닌듯 보이지만 굉장히 큰 차이다. 씨 오브 스타즈는 잡몹 구간의 난도가 굉장히 어려운 편인데, 저장 역시 특정 포인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고전 JRPG의 특징을 답습했다. 중간에 전멸하면 세이브 포인트까지 돌아가야 하는 부담이 크다.

슈퍼 마리오 RPG는 맵을 이동하면 자동으로 저장된다. 전멸했어도 세이브 포인트까지 돌아갈 필요가 없다. 수 틀리면 강제 종료 후 다시 하는 방법도 가능한 만큼 부담감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액션 커맨드 가이드도 피로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리메이크작에 추가된 시스템이다. 액션 커맨드의 정확한 타이밍에 !표시가 나타나 언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알려준다. 커맨드 타이밍을 맞추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리메이크 이후 합체기와 교체, 그리고 스플래시 대미지 등 다양한 전투 시스템이 추가됐다. 약점이나 상태이상 등 전략요소는 있지만, 액션 커맨드를 무난하게 입력하고 교체만 적절하게 해도 별다른 전략 없이 무난히 공략할 수 있다.

- 알맞은 타이밍에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 가 뜬다 

 

■ 필드 콘텐츠, 명작이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재료

- 슈퍼 마리오 시리즈만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미니게임 

슈퍼 마리오 RPG는 전투 외에도 필드 기믹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난도는 적절한 편이며 특유의 액션성을 잘 살렸다.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뇌지컬 기믹부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액션 기믹까지 다양하다.

필드 곳곳에 숨겨진 '숨겨진 상자'를 찾아 다니는 재미도 확실하다. 여타 어드벤처 게임처럼 맵에 숨겨진 보물상자가 여럿 존재하는데 이를 NPC와의 대사나 지형지물의 구조를 보고 추리해 나가는 맛이 굉장히 야무지다.

가령, '몬스터 타운' 높은 곳에 올려져 있는 황금열쇠는 온 맵을 다 뒤져도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열쇠가 올려진 언덕 아래 '쿵쿵' NPC에게 말을 걸면 바닥을 내려찍는데, 이 반동으로 열쇠를 떨어트릴 수 있다.

- 특정 NPC를 활용한 기믹도 있다 
- 평범한 굴뚝 안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보물상자가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기믹이다. 사고의 흐름에 딱 맞기 때문이다. "열쇠가 올려져 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없다", "길이 없다는 것은 다른 장치가 있다는건데", "NPC에게 말을 걸어보자", "어, 말을 걸어보니까 쿵쿵찍는다", "이걸 반복하면 설마"의 흐름이다. 

힌트나 가이드가 없어도 사고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추리가 가능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런 기믹은 유저들에게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해결했을 때의 뿌듯함은 덤이다.

이 외에도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폼 게임 특징을 살린 미니게임들도 존재한다. 3D에서만 가능한 '입체 미로' 등의 기믹 등도 있다. 이렇듯 전투뿐만 아니라 필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전투 콘텐츠만 있었다면 명작 반열에 오르긴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쿼터뷰 게임이다 보니 섬세한 조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판정도 영 별로다. 원작의 고질병이 이어졌다.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경우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굉장히 답답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마시멜로 왕국'을 올라가는 콩나무 줄기 오르는 기믹이다. 

- 플레이어의 위치를 따라가는 거북이를 활용하는 필드 기믹 
- 3D이다 보니 입체감으로 인해 캐릭터 위치 조정이 쉽지 않고 판정도 영 별로다 

 

■ 리메이크, 원작과 너무 똑같이 만들어도 문제 

- 보스전 등의 이벤트 없이 바로 획득할 수 있는 네 번째 스타피스 

굉장히 훌륭한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단점은 원작 고증에만 너무 철저했다는 사실이다. 플러스 알파가 없다. 유저들이 리메이크 작품에서 기대하는 요소는 추가 콘텐츠와 설정이다. 시스템 개선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추가 요소가 없다.

특히, 마리오 시리즈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원작은 당시 32메가 비트 롬의 용량 한계로 네 번째 스타피스 획득 전에 있었던 보스 및 관련 콘텐츠가 삭제됐다고 한다. 그래서 원작 팬들은 이에 대한 열망과 욕구가 크다.  

리메이크에서 보강이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게 출시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보완은 커녕 아예 똑같이 만들어 놨다. 기자 역시 "뭐가 다를까"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엔딩을 볼 때까지 별 차이가 없었다.

- 뛰어난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좋게 말하면 충실한 원작 고증이다. 만약, 가격이 저렴했으면 덜 아쉽지 않았을까 싶다. 추가 콘텐츠 없는 그래픽 업그레이드 리메이크 게임이 풀 프라이스 게임과 동일한 가격이면 너무 가성비가 떨어진다.

플레이 타임이라도 긴 게임이었다면 그나마 이해했겠지만, 슈퍼 마리오 RPG 원작 자체가 짧다. 스토리만 빠르게 밀면 10시간, 숨겨진 요소 모두 즐기면 대략 15시간 정도 걸린다. 

수백 시간 이상을 즐길 수 있는 '발더스 게이트3'가 6만6000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체감이 될 것이다. 비싼 가격에도 게임이 가진 밸류 하나만 보고 즐겨도 충분하겠지만 일반 유저들을 끌어들이기에는 가격 문제가 크게 와닿는 것은 사실이다.

- 스퀘어에닉스 대표 게임과 컬래버레이션한 히든 보스도 그대로 등장한다 
장점

1.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새롭게 즐기는 고전 명작
2.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도록 잘 마련된 시스템 가이드
3.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전투 및 필드 콘텐츠 



단점

1. 원작과 차이가 전혀 없는 콘텐츠 
2. 콘텐츠 볼륨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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