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장애’ 일주일새 4번이나 발생···장비 오류부터 실수까지 ‘총체적 난국’
이상민 장관 “어떤 상황서도 안정 서비스”
국가기관 전산망이 24일 또 장애를 일으켰다. 행정 전산망이 먹통됐던 지난 17일 이후 일주일 동안에만 4번째 ‘먹통’이다. 각각 다른 시스템에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장애 원인도 ‘네트워크 장비 오류’ ‘접속량 증가’ ‘단순 실수’ 등 제각각이다. 국가 전산 서비스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국가 전산망 장애를 사회재난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7분 정부 모바일신분증 웹사이트와 앱에서 모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행안부는 “조폐공사에 위치한 모바일신분증 공통플랫폼(서버) 장애로 인한 건”이라고 밝혔다.
조폐공사는 “운영서버 자체 점검 중 환경설정 오류로 인한 서버 다운”이라며 “서비스 장애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실수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가 발생한 지 6시간 40분 만인 이날 오후 8시40분에서야 신규 발급 등 모든 서비스가 완전 복구됐다.
이로 인해 행안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회가 이날 부산에서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 행사장에서도 ‘모바일 신분증 발급 서비스’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모바일신분증 시스템 운영·관리는 조폐공사에서 맡고 있으며, 행안부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신분증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해온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행안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7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 24’와 지방행정전산망 ‘새올’이 먹통이 된 이후 지난 22일에는 주민등록증 발급시스템이, 지난 23일에는 조달청 나라장터 등도 잇따라 장애가 발생했다.
잇단 국가 전산망 마비와 관련해 정부가 공식 브리핑을 연 것은 새올과 정부24 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 뒤인 19일뿐이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당시 장애 원인으로 “인증서버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오류”라며 “이중화 장비도 순차적으로 오류를 일으켜 장애가 발생했다“고 했다. 네트워크 장비 오류 이유와 이중화 장비 미작동 등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행안부는 22일 주민등록증 발급시스템 접속 장애와 관련해선 “일시적 접속 증가에 따른 장애로 보인다. (시스템을) 껐다 켰더니 정상화됐다”고 했다. 23일 나라장터 접속 지연은 “해외 IP 발 다량의 접속 시도 때문이다. 공격이라고 볼 정도의 접속량은 아니었다”며 판단을 미뤘다.
정부는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21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24일 두 번째 회의가 열렸지만 TF는 “서버가 기존 프로세스를 종료하지 못하고 멈추면서 GPKI 통합검증서버(인증서버) 처리가 지연된 원인으로 보고, 연관 지점별로 상세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전산망이 ‘공격’ 수준이 아닌 접속량 증가에도 장애를 일으킨 이유는 물론 비슷한 유형의 장애가 잇따르는 근본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TF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 전산망 마비를 재난 및 사고 유형에 명시하고, 재난 예방부터 복구까지 일련 과정을 매뉴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가전산망 장애를 사회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해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행안부는 오는 27일부터 지자체 민원실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지방행정전산 서비스 장애로 인한 불편사항을 접수하기로 했다. 불편사항을 일괄 취합해 전문가 자문 및 관계법령 검토 등을 거친 후 마련되는 처리 기준에 따라 처리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TF를 주재하면서 “정부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심층적인 단기·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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