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 '미래형 수직도시'… 글로벌 인재 삼킨다
초고층 업무빌딩 2만명 근무
국제학교·대학병원까지 입주
레지던스에선 24시간 서비스
서울도 용산 개발 나서지만
학교·대형병원 규제 걸려
무려 34년간 개발이 진행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힐스가 24일 공식 개장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모든 지역이 녹색으로 둘러싸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전체 면적 중 20% 이상을 녹지에 할애해 재개발 전보다 녹지를 갑절 이상 늘렸다. 심지어 중앙광장에 속하는 '센트럴그린' 지역에는 사과·감·귤이 자라는 과수원도 있다. 가로 500m, 세로 300m에 십(十)자 형태인 땅은 크기는 인근 롯폰기힐스의 70% 정도지만 고층 건물 3동이 들어서니 전체 연면적이 86만1700㎡로 롯폰기힐스(75만9100㎡)를 앞선다.
새로운 명소는 도쿄의 손꼽히는 부촌 미나토구에 속한다. 대사관과 호텔 등이 밀집해 있고 주변에 값비싼 음식점도 즐비하다. 이곳 내부는 사무실과 주거 공간인 레지던스, 상업용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사무실 대지면적은 21만4500㎡로 약 2만명이 근무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핵심 인재들을 끌어모으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특히 이곳에는 영국계 국제학교인 브리티시스쿨인도쿄(BSIT)와 게이오대학병원이 함께 들어섰다. 모리빌딩컴퍼니는 지난달 완공한 도라노몬힐스에도 병원을 유치했지만 이번처럼 대학병원이 대규모로 입점한 건 처음이다. 또 BSIT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초등학교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지난여름 개교해 이미 정원이 꽉 찼다.
학교와 병원, 지하의 다양한 쇼핑몰과 편의시설 등을 고려할 때 이곳 거주민이라면 아자부다이힐스를 나갈 이유가 없을 정도다. 이곳 레지던스는 2019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현재 레지던스 1400여 실 중 절반은 매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모리빌딩컴퍼니가 소유해 임대용으로 운영한다. 핵심은 330m 높이의 일본 최고 마천루인 모리JP타워의 54~64층에 들어선 '아만 레지던스 도쿄'다.
이곳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럭셔리 리조트 호텔 체인 아만이 처음 시작한 주거 공간이다. 최상층 펜트하우스 3채 가운데 1채인 1500㎡ 규모 레지던스가 200억엔 이상에 팔렸다는 소식에 화제가 됐다. 또 B동의 200㎡ 규모 레지던스 시세는 20억엔 선으로 알려졌다. 주변 고급 아파트 시세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울에서도 이 같은 입체·복합개발 계획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용산정비창 용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계획과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계획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면적은 약 49만3000㎡로 아자부다이힐스가 6개는 들어설 정도로 넓다. 서울시는 이곳의 모든 획지를 '복합용지'로 계획하고 용적률도 1500%까지 높여줄 방침이다. 업무·주거·상업·교육·판매시설을 모두 갖춘 초고층 빌딩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친화 시설도 조성한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전무(전 모리빌딩 한국지사장)는 "국제업무지구가 되려면 가족이 정착해 살 만한 환경 자체를 만들어야 하니 교육과 의료, 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아자부다이힐스가 학교·병원을 품은 복합개발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국제학교와 병원 시설을 짓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구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법상 건물 안에 학교를 짓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건물 저층부에 분교와 같은 도시형 캠퍼스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분교에 한정되고 법(대도시 지역의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기존 규제에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혁신구역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이 역시 국토계획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현안 법안이 워낙 많아 해당 법안이 언제 심사될지도 미지수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이희수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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